자동차보험료를 차량 모델과 지역에 따라 차등화하기 위한 업계와 당국의 발걸음이 속도를 내고 있다. 금융감독원은 미국 일본 유럽 등지에 조사반을 파견, 2주에 걸쳐 해외 사례를 수집한데 이어 5월중 자동차보험료 차등화에 대한 공청회를 갖고 6월까지 차등화 여부를 결정한다는 방침이다. 하지만 일부 지방자치단체와 자동차 제조업체들의 반대가 거세 보험료 차등화가 보험업계와 금융당국의 희망대로 도입될지는 불확실하다. ◆ 보험료 차등화 준비상황 금감원은 작년 12월 자동차보험료 요율제도 개선 방안을 발표하면서 올해 1∼2월 공청회 개최 등 의견 수렴을 거쳐 5월중 개선내용을 확정하겠다고 밝혔다. 새로운 요율제도는 2005년 1월부터 시행될 것으로 관측됐었다. 그러나 강원도 전라북도 등 일부 지방자치단체가 지역별 차등화를 백지화할 것을 들고 나오고 자동차 제조업체들도 모델별 차등화를 철회할 것을 요구, 일정에 차질을 빚었다. 금감원은 이에 따라 이해 당사자들의 반대를 무마할 이론적 토대를 마련하기 위해 해외 사례 조사를 실시했다. 금감원과 업계 관계자 등으로 구성된 조사반은 지난주까지 활동을 마무리했으며 금감원은 조사결과를 토대로 구체적인 개선안 마련에 들어갔다. 금감원 정준택 팀장은 "선진국들이 운영하고 있는 제도의 장ㆍ단점을 면밀히 분석하고 있으며 국내 현실에 접목시킬 방안을 찾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그러나 "다음달 중 열릴 공청회에선 감독 당국의 방안은 밝히지 않고 구체적인 사례를 제시한 뒤 각계의 의견을 들을 방침"이라고 밝혔다. ◆ 이해당사자 설득이 관건 보험료 차등화는 손해보험사들이 10여년 전부터 요구해온 업계 숙원사업 가운데 하나다. 손해보험협회 오상현 회장은 "보험료 차등화는 대부분의 선진국에서 이미 시행하고 있는 제도"라며 "보험료는 가입자의 위험도에 맞춰 차별화하는게 합리적"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반대 여론이 만만치 않다. 자동차보험 손해율이 상대적으로 높은 지방자치단체들은 "중앙정부가 도로와 교통안전시설 정비를 제대로 안해 주고 있는게 주된 원인"이라며 "보험료 차등화는 그 책임을 지방자치단체와 지역주민에게 떠넘기는 행위"라고 주장하고 있다. 자동차공업협회도 금융당국에 보낸 건의서를 통해 "모델별 차등화의 경우 승객의 안전과는 무관하게 차량 파손 정도와 수리 용이성에 목적을 두고 테스트한 등급평가(RCAR)에 근거하고 있다"며 "그런데도 소비자들에게는 안전도 평가로 오인돼 판매에 영향을 줄 소지가 있다"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금감원은 "선진국에선 보험료 차등화가 사고를 줄이고 보험 소비자의 평균적인 보험료 부담을 줄이는 등 긍정적 효과를 낳고 있다"며 "초기 충격을 최소화하기 위해 보험료 차등폭을 줄여 도입하는 방안도 검토해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성태 기자 stee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