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대 총선이 전례를 찾기 힘든 막판 대혼전 양상으로 치달으면서 정부의 향후 경제정책 운용에 어떤 변화가 나타날지 경제계가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전국 2백43개 지역구중 50여개소에서 형세 판단이 어려운 대접전이 벌어지고, 선거일이 가까워질수록 부동층이 늘어나는 기현상이 나타나는 등 이번 선거는 전문가들조차 예측하기 어려운 양상으로 전개됐다. 특정 정당이 국회 과반수를 점유할지, 아니면 과반수에 미달하는 정당들이 사안별로 정책연대를 해야 하는 정치지형을 만들어낼지에 대해서조차 장담하기 어려운 지경이다. 선거 이후 합당이나 분당 등 정계개편 가능성마저 제기되고 있어 정치의 불확실성은 선거가 끝나더라도 해소되지 않을 것이라는 우려까지 나타나고 있는 상황이다. 이헌재 부총리 겸 재정경제부 장관은 이달 초 정례 브리핑에서 "총선 이후에도 경제 정책은 달라지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시장에서는 여전히 불안감이 해소되지 않고 있다. 경제계는 총선 이후 정국이 안정되고 '경제살리기'에 모든 정책의 초점이 맞춰지기를 기대하고 있으나 정치권이 또다시 탄핵정국의 소용돌이로 빨려들어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는 오리무중의 상황이다. 경제계는 특히 총선 이후 정치권에서 '새판짜기' 경쟁이 뒤따를 경우 그에 따른 후폭풍이 간단치 않을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 그동안 내연하고 있던 노무현 대통령 탄핵을 둘러싼 사회 전반의 정치적 논란이 다시 끓어오르고, 총선 이후 가라앉을 것으로 기대됐던 이념간 갈등이 도리어 심화돼 경제 전체에 불확실성의 비용을 한층 증폭시킬 것이란 지적이다. 이규황 전국경제인연합회 전무는 "어느 당이 1당이 되더라도 '기업하기 좋은 나라'를 만들겠다는 현 정부 정책의 일관성이 유지돼야 한다"며 "선거운동 과정에서 빚어졌던 계층간ㆍ세대간 갈등을 해소하고 국민화합과 통합을 이뤄야 한다"고 강조했다. 상생과 화합의 정치로 정국을 빠르게 안정시키고 경제를 살리는데 총력을 기울여야 한다는 얘기다. 전기부품 업체인 청송상공㈜ 심규섭 사장은 "총선을 겨냥한 일회성 정책이 아니라 기업의 투자의욕을 고취시킬 수 있도록 각종 규제를 완화해야 한다"며 "특히 극심한 인력난과 자금난의 이중고에 시달리고 있는 중소 제조업체들에 활로를 열어줄 해법이 시급하다"고 말했다. 30대 직장인 홍상용씨(S사 과장)는 "도덕적 해이(모럴해저드)를 최소화하는 것을 전제로 내수소비 진작을 위해 신용불량자 문제를 시급히 해결하고 각 당이 제시한 경제살리기 공약들 가운데 실천 가능한 정책들을 빨리 시행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서울대생 K씨(경제학과 3년)는 "정쟁이 지속돼온 가운데 청년들의 구직난은 더이상 감당할 수 없는 지경에 와 있다"며 "각 당은 국가경쟁력을 높이고 특히 청년층 일자리를 창출할 수 있는 정책을 펴는데 힘을 모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경제계의 한 관계자는 "총선은 그 자체로 민의(民意)의 선택을 확인하는 한판의 축제"라며 "정치권이 선거 결과에 승복하고 국가경쟁력을 배양하는데 최우선 목표를 두겠다는 합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현승윤ㆍ정태웅 기자 hyuns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