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보철강 인수전이 혼전 양상을 보이고 있다.
무려 15개에 달하는 국내외 업체가 인수의향서를 제출, 과거 어느 때보다 치열한 경쟁을 예고하고 있다.
포스코 컨소시엄과 INI스틸 컨소시엄 양강 구도로 진행될 것이라던 예상을 뛰어넘는 무더기 참여는 철강경기 호황에 따라 한보철강의 수익성을 낙관적으로 보는 견해가 많아지고 있다는 증거로 받아들여진다.
한보철강의 '몸값'도 5천억∼6천억원 수준을 훨씬 뛰어넘을 것으로 보인다.
매각 주간사인 삼일회계법인은 이들 업체중 자금 조달 가능성과 경영능력 등을 기준으로 예비실사부터 선별 허용하는 등 자격심사를 하겠다는 입장이지만 혼전 양상의 경쟁구도는 최종 입찰제안서 제출 때까지 지속될 전망이다.
◆ 안개속 인수 구도
당초 업계에서는 포스코-
동국제강, INI스틸-현대하이스코 컨소시엄 간 양강 대결 구도로 압축될 것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이었다.
하지만 막상 '두껑'이 열리자 현금 동원 능력 1조원의 막강한 자금력을 가진 군인공제회는 물론 미국의 대표적 철강업체 뉴코, 외환은행을 인수한 미국계 투자펀드 론스타 등 쟁쟁한 경쟁자들이 대거 포진, 인수전은 예측불허의 상황으로 빠져들었다.
여기에 러시아의 이브라이트사는 정태수 전 사주가 실질적 주인인 HB홀딩스가 대주주로 있는 것으로 알려져 인수자격을 둘러싸고 논란마저 예상된다.
또 지난해 인수 본계약까지 체결했다가 막판 인수대금 마련에 실패, 고배를 마신 권호성 중후산업 회장이 'K스틸'이라는 이름으로 '간판'을 바꿔 달고 '4수(修)'에 도전, 인수 의지를 불태우고 있다.
중후산업 관계자는 "파트너사인 군인공제회와 인수자금을 절반씩 부담키로 원칙적인 합의를 이뤘고 이미 2억달러의 초기 자금을 확보했다"며 적극적인 인수 의사를 밝히고 있다.
또 국내외 금융회사 등과 추가 컨소시엄 참가를 협의 중이라고 덧붙였다.
미국 뉴코와 컨소시엄을 구성한 야마토스틸은 한보철강 부산제강소를 인수한 뒤 국내 철근파동으로 짭짤한 수익을 올린 회사다.
일찌감치 인수전 참여를 선언한 포스코는 공사가 중단된 한보철강 B지구(열연공장)를 인수, 파이넥스 설비 도입으로 조강생산량 3천2백만t 체제를 확보한다는 운영계획까지 밝힌 상태.
동국제강도 1백30만t의 철근을 생산하는 한보철강 A지구를 인수해 국내 철근시장 점유율을 30%대로 높인다는 방침이다.
INI스틸-현대하이스코 컨소시엄은 이날 의향서 제출 후 계동 사옥에 인수팀을 구성하는 등 발빠른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 한보철강 몸값 급등
지난해 말 인수대금을 마련하지 못해 최종 인수 단계에서 탈락한 AK캐피탈이 인수 본계약 당시 한보철강과 합의한 금액은 3억7천만달러(4천5백억원).
하지만 이번 입찰에서는 철강경기가 사상 최고의 호황을 구가하면서 한보철강이 1분기에만 최소 2백억원 이상의 영업이익을 거둘 것으로 보여 '몸값'도 예단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인수 경쟁이 초반부터 후끈 달아오르자 인수대금만 7천억원에 이를 것이라는 평가도 나오고 있다.
또 어느 업체가 인수하든 5년 이상 설비가 방치된 A지구(열연공장)에 대한 추가 시설과 운영자금 투입을 감안해야 하는 상황이어서 초기 인수 비용은 1조원을 훌쩍 넘어설 것으로 예상된다.
업계 관계자는 "인수가격 상승에도 불구, 철강재 가격 상승과 판매 호조라는 호재를 활용해 사업을 확대하려는 업체들의 적극적인 베팅이 예상된다"고 말했다.
정태웅 기자 redae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