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가 현금 보유 규모를 12조원까지 늘려갈 계획이다. 이 회사 IR팀장인 주우식 전무는 "지난 3월 말 현재 삼성전자의 현금성 자산 규모는 9조원에 달한다"며 "IT(정보기술)업종의 특성을 감안해 연 매출(60조원,연결기준)의 20%인 12조원까지 보유 현금을 늘려갈 방침"이라고 15일 말했다. 증권업계는 삼성전자가 올들어 월 평균 1조원 가량의 순이익을 거둘 정도로 현금유입이 급증하는 추세이기 때문에 이르면 상반기 중 현금 보유 목표를 달성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렇게 되면 삼성전자는 EMC(70억달러) 인텔(30억달러) 등 세계적인 IT기업보다 더 많은 현금을 보유하게 된다. 지난 1·4분기 중 4조원 이상의 영업이익을 거둔 것으로 추정되는 삼성전자는 16일 1·4분기 실적을 공식 발표한다. ◆현금 어디에 활용하나 작년 말 삼성전자의 현금 보유 규모는 7조9천9백억원이었다. 단기 금융상품에 4조2천5백억원,단기 매도가능 증권에 2조4천7백억원을 투자했고 나머지(1조2천7백억원)는 순수 현금으로 보유했었다. 올 들어 영업 호조로 현금 유입속도가 빨라지면서 지난 3개월 동안 현금 보유액이 큰 폭으로 증가했다. 주 전무는 "삼성전자의 매출 규모와 사업 특성을 종합적으로 감안하면 더 많은 현금을 보유해야 한다"며 "조만간 1백억달러 이상의 현금을 갖게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다만 현금 유입 속도를 조절하기 위해 연내 1조2천억원 가량의 이자가 발생하는 빚을 모두 갚겠다는 게 회사측 전략이다. 추가로 유입되는 현금은 올해 투자(8조원)를 확대하는 데 쓰기보다 자사주를 추가로 매입해 소각함으로써 주주에게 이익을 환원하는 방안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현금자산의 낮은 수익률을 감안하면 보유 현금 증가가 회사 전체의 이익률을 떨어뜨릴 수 있기 때문이다. ◆주주,삼성 재무전략 호평 삼성전자의 주가 상승은 올 들어 회사의 영업이익이 큰 폭으로 증가한 데다 안정적인 재무전략을 높이 평가한 결과로 해석할 수 있다. 삼성전자의 분석에 따르면 현재 삼성전자에 투자한 해외 펀드는 지난해 2백∼3백개 수준에서 6백∼7백개로 크게 늘었다. 외국인 지분율도 계속 높아지는 추세다. 최근 세계적 신용평가기관인 S&P가 삼성전자의 삼성카드 신주(6천억원) 매입과 자사주 매입에 대해 등급에는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고 밝힌 것도 막대한 현금 보유를 높이 평가했기 때문이다. S&P는 "삼성전자는 7조원 이상의 현금 등가물을 보유하고 있고 3조5천억원에 달하는 잉여현금흐름을 창출하고 있는 만큼 이 정도의 현금유출은 큰 부담이 되지 않는다"고 평가했다. 삼성전자는 뛰어난 영업력과 효율적인 재무관리를 바탕으로 해외 주주기반을 확충하는 데 주력할 계획이다. 이익원 기자 ik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