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세도 이번이 마지막이겠지." 자민련 김종필 총재(얼굴)는 15일 투표를 마치고 서울 마포당사로 향하면서 유운영 대변인에게 이처럼 말했다. 이번 선거를 끝으로 정치일선에서 물러나기로 한 노정객(老政客)의 소회가 담긴 말이다. 김 총재는 올해초 기자회견에서 17대 총선을 끝낸 뒤 5월에는 2선으로 물러나고 자민련의 새 총재를 뽑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지난 63년 6대 국회의원으로 당선된 뒤 정치자유가 박탈됐던 11,12대를 제외하고 33년동안 의원직을 유지했던 김 총재.그는 이번 총선을 마지막 선거로 보고 막판까지 전국을 누비며 지지를 호소했다. 그러나 열린우리당과 한나라당이 1당 각축을 벌이면서 자민련은 지지도 회복에 어려움을 겪었고 비례대표 후보 1번인 김 총재의 당락여부도 확신을 못하는 상황이 이어지곤 했다. 자민련 유운영 대변인은 "총선 이후 예상되는 보궐선거에서도 김 총재가 지원유세에 나서야 한다"고 말하고 있으나 그는 다른 생각을 갖고 있는 듯 했다. 지난 2000년 16대 총선에서 이인제 당시 민주당 최고위원이 그를 '서산에 지는 해'로 비유하자 "태양의 진정한 아름다움은 일출에 있는 것이 아니라 잔잔한 일몰에 있다"면서 "서산을 벌겋게 물들이고 싶다"고 응수했던 김 총재. 그는 이번 17대 총선에서 마지막 불꽃을 태우며 정치일선에서의 퇴장을 서서히 준비하고 있다. 정태웅 기자 redae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