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택 4ㆍ15] (경제방향 어떻게 달라질까) 분배욕구 더 커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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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당인 열린우리당의 17대 국회의원 총선거 승리가 노무현 정부의 경제정책에 즉각적인 변화를 가져올지 여부가 관심사로 떠올랐다.
일단은 시장ㆍ노사ㆍ금융 등 각 분야의 '개혁'을 골자로 하는 '로드맵'이 한결 힘을 받게 됐다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민주노총을 모태로 한 민주노동당이 사상 처음으로 국회에 진출했다는 점도 주요 변수로 꼽힌다.
정부 여당이 재벌 규제와 스크린쿼터 축소, 농업ㆍ교육시장 개방, 노사관계 제도 선진화, 국민연금 개편, 일자리 나누기 등의 주요 현안에 대해 '분배'를 보다 중시한 조치를 내놓지 않겠느냐는 전망도 제기되고 있다.
그러나 위축된 기업투자와 내수침체로 경기부진이 장기화하고 있는 상황에서 정부 여당이 과감한 '개혁 드라이브'를 걸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 '경기 활성화' 속도 낼까
정부는 우선 설비투자 부진과 내수소비 침체 등 당면 현안을 해결하기 위한 경기활성화 대책을 구체화하는 작업부터 서두른다는 방침이다.
△창업형 기업활동 지원대책 △고용 증대 특별세액공제 시행 △서비스산업 지원 △일자리 창출 대책 등 총선 전에 발표했던 사안들을 추진하기 위한 법 개정작업에 나설 것으로 예상된다.
이헌재 부총리 겸 재정경제부 장관은 "총선용 선심성 정책에 대한 여론의 비판이 제기된 이후 발표 시점을 미뤄 왔던 보완 대책들을 조만간 내놓고, 이를 추진하는데 필요한 법 개정 작업을 가능한 한 이달 중으로 끝낼 방침"이라고 말했다.
정부는 선거가 끝난 만큼 단기적인 경기부양 효과를 낼 수 있는 재정 조기 집행보다는 토지규제 개선이나 수도권 집중 억제 완화 등 중장기적인 정책들을 마련하는데 주안점을 둘 것으로 보인다.
◆ 보ㆍ혁간 이해 대립이 변수
선거를 앞두고 미봉된 상태로 남아 있던 사안들의 처리 방향은 총선 결과에도 불구하고 아직 속단하기 힘들다는 지적이다.
노동계와 재계가 모두 반발하는 등 정면 충돌할 조짐이 보임에 따라 총선을 앞두고 사실상 '휴전' 상태에 들어갔던 국민연금 개편 문제는 총선 이후에도 가닥을 잡기가 쉽지 않을 것이라는 관측이다.
노동시장 유연성 제고와 노조 파업에 대한 기업의 대항권 확대 등을 골자로 한 노사관계 선진화 방안에 대해서는 노동계 발언권이 보다 높아지겠지만, 그렇다고 정부 여당이 재계의 반발을 정면돌파하기도 쉽지는 않을 것이라는 분석이다.
정부로서는 빈사상태에 빠져 있는 국내 설비투자 확대 등을 위해 기업들에 적절한 '당근'을 내놓지 않을 수 없는 상황이기 때문이다.
이런 관점에서 출자총액 제한과 수도권 집중 억제, 기업의 지배구조 등 기업 활동을 제약하는 각종 규제에 대해 국회 다수당이라는 추진력을 확보한 집권 여당이 '책임감'을 갖고 보다 전향적인 방향으로 처리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그러나 진보세력의 목소리가 커진 상황에서 기업규제를 과감하게 풀 가능성은 크지 않다는 엇갈린 관측도 대두되고 있다.
◆ 국내외 불안 요인은 여전
경제를 짓누르던 선거가 마무리됐지만 경제를 둘러싼 불확실성은 오히려 커지고 있는 상황이다.
미ㆍ이라크 전쟁이 내전 양상으로 치달으면서 '제2의 베트남 전쟁'이 될 것이라는 우려가 확산되고 유가 불안도 수그러들지 않고 있다.
미국의 금리 인상 가능성과 중국 정부의 경기 조절방침 등으로 수출 전선에도 '이상'이 생길 가능성이 크다.
이같은 상황에서 정부와 집권여당이 과격한 방식으로 개혁 드라이브를 걸기에는 부담이 클 수밖에 없다.
정치권이 분당이나 합당 등 정계 개편과 보궐선거 등으로 또 한 차례 맞붙을 가능성도 있어 경제를 짓눌러온 '정치 변수'가 선거를 끝으로 해소됐다고 낙관할 수는 없는 상황이다.
현승윤 기자 hyuns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