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리의 투사'들이 원내진출에 성공한 날 시민들의 반응은 기대와 우려로 엇갈렸다. 진보세력들은 민주노동당의 원내진출이 비리와 정쟁에 물든 한국정치에 활력을 불어넣을 촉매제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하는 반면 보수층은 노사불안을 가중시키는 것 아니냐는 우려감을 나타냈다. 한 대기업 임원은 16일 기자에게 전화를 걸어 "좌파세력인 민주노동당의 의회진출로 각종 핵심이슈들이 노동계에 유리한 쪽으로 입법화될 가능성이 크다"며 "그렇게 되면 국가경제가 망할 것"이라고 불안한 속내를 털어놓았다. 민노당의 정강정책을 보면 재계의 이같은 걱정이 기우가 아님을 확인시켜 준다. 우리나라를 독점재벌에 의한 민중수탈사회로 보고 사유재산권의 제한을 규정하고 있어 중도좌파세력들도 놀랄정도로 급진적이다. 재계가 우려하는 또다른 이유는 민노당 의원들의 극단적 투쟁성향 때문이다. 당선자 10명 대부분이 3공, 5공때부터 노동세력의 민주화운동에 앞장섰던 급진파들이다. 비례대표 1번 심상정씨(여ㆍ46)는 서울대 졸업후 80년 구로공단에 미싱사로 위장취업해 노동운동의 길로 들어섰다. 단병호씨(55)는 민노총 위원장 시절부터 자타가 인정해온 노동계의 대표적 '투사'. 이영순씨(여ㆍ43)는 고려대 졸업후 대한모방에서 노동운동을 시작했다. 최순영씨(52)는 79년 YH노조사건을 이끌었고 천영세씨(62) 노회찬씨(47)는 고려대 출신으로 80년대와 90년대 노동운동을 이끌었다. 급진적 이념과 투쟁방식으로 무장한 이들이 제도권안으로 들어온 이후에도 노동계의 이익만을 대변한다면 국회는 물론 우리 사회는 또다시 갈등의 소용돌이에 휩싸일 것이라는게 많은 국민들의 걱정이다. 이제 민노당도 제도권 진입에 성공한 만큼 국가경제를 걱정하는 국민정당으로 거듭나야 한다. 영국 노동당이 왜 제3의 길이란 중도이념을 채택했는지 곰곰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 윤기설 노동전문기자 upyk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