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당인지 사무실인지 분간하기 어려운 고급 한식당들이 강남에 대거 등장하고 있다. 고급스러운 외형에 호텔을 능가하는 화려한 인테리어를 갖춘 주택가의 고급 한식당들은 너나 할 것 없이 상류층 고객을 겨냥하고 있다. 이런 고급 한식당에도 '원조'가 있다. 서울 강남구 역삼동에 위치한 '뱀부하우스'가 그곳이다. 지난 95년 6월 오픈한 이 식당은 철저한 예약제에 호텔처럼 봉사료와 부가세를 요금에 별도 부과하는 등 파격적인 운영으로 관심을 끌었다. '곧 문을 닫게 될 것'이라는 주위의 우려와 달리 가격에 걸맞은 수준 높은 서비스로 외국 손님 접대 및 비즈니스 모임 장소로 히트를 쳤다. 일본의 고이즈미 총리,폴란드 대통령 등 세계 유명인사들이 이곳에서 음식을 먹고 찬사를 아끼지 않았다. 정양선 사장은 "80년대 중반부터 한식당을 운영하면서 왜 한식은 항상 쪼그려 앉아 불편하게 먹어야 하는지 의구심을 가졌다"며 "그래서 한식도 호텔 같은 분위기에서 외국사람도 즐길 수 있도록 하고 싶었다"고 설립취지를 말했다. 정 사장은 "손님들이 직원들에게 팁을 주면 필요 이상의 돈이 나갈 수 있고 또 팁을 준 손님에게만 직원들이 몰릴 수 있다"면서 "차라리 요금의 10%를 계산서에 청구하는 게 손님 입장에서 낫다"고 덧붙였다. 한식요리에 와인을 내놓기 시작한 곳도 이 집이 처음이다. 지금은 와인업체들이 식당 직원들을 대상으로 해외연수까지 알선해준다. 음식 맛은 최고 수준이라 할 만하다. 고급식당들이 외형은 뱀부하우스를 흉내낼 수 있지만 맛까지는 아직 따라오지 못한다. 꽃살,안창살 등 고기는 입에서 살살 녹는다. 등심을 구울 때 꼬냑을 뿌리는 '꼬냑 등심'은 꼬냑 향과 육즙이 그대로 살아 퍽퍽하지 않으면서 쫄깃하다. 각종 반찬과 식사류도 일품이다. 직접 담가 1∼2년 정도 묵힌 김치와 무김치는 김치 애호가들에게는 몇접시로도 부족하다. 열무김치 파김치 등은 한국의 맛을 느끼게 한다. 먹지도 않는데 자리만 차지하며 놓여지는 반찬은 결코 없다. 독실한 기독교 신자인 정 사장은 맛의 비결에 대해 "음식에 '사랑'을 담는다"고 말한다. 일요일은 문을 닫는다. (02)555-6390 한은구 기자 toha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