체코 프라하는 중세 유럽의 숨결이 살아 숨쉬는 고도다.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된 역사지구를 중심으로 곳곳에 자리잡은 다양한 양식의 건축물들이 '백탑의 황금도시' '북쪽의 로마' '유럽의 심장' 등의 애칭에 걸맞은 '연륜의 미학'을 드러내는 곳이다. 프라하 관광은 걸어서도 하루면 충분하다. 관광명소들이 밀집한 데다 거리도 잘 정리돼 있어서다. 보통 블타바강(몰다우강) 동쪽의 신시가지인 바츨라프 광장에서 첫 걸음을 뗀다. 바츨라프 광장은 대로 형태의 광장으로 근대 체코 역사의 현장이다. 1989년 무혈 시민혁명 등 대변혁의 중심이 되어 왔다. 국립미술박물관,오페라극장 등이 흩어져 있다. 바츨라프 광장을 따라 서쪽으로 가면 구시가 광장이 나온다. 구시가 광장은 여행자들의 쉼터. 15세기 가톨릭 교회의 부패상을 비판하다 화형당한 얀 후스의 동상이 있다. 고딕 양식의 구시청사 탑 바깥 쪽에 천문시계가 있다. 천동설에 따른 천체의 움직임과 시간의 흐름을 나타낸 시계라고 한다. 매시 정각 조각상 옆의 작은 창이 열리고,그리스도 열두 제자가 얼굴을 내미는 것과 함께 죽음의 신이 종을 울리는데 이 장면을 보려고 사람들이 몰린다. 탑에 오르면 구시가지 광장이 한 눈에 내려다 보인다. 구시청사 맞은편에 고딕 양식의 틴성모교회가 있다. 야경이 특히 아름답다. 18세기 중반 로코코 양식의 골스 킨스키 궁은 원래 합스부르크 왕가 시절의 엘리트 교육을 담당했던 곳. 프란츠 카프카가 다녔다고 한다. 구시가는 카렐교로 블타바강 서쪽과 연결된다. 카렐교는 15세기 초 완성된 보행자 전용 다리. 길이 5백16m의 다리 양쪽 끝에는 고딕 양식의 탑이 있고,다리 위에는 17세기부터 20세기 초까지 체코 조각가들이 만들어 세운 30개의 성인 조각상이 늘어서 있다. 카렐교를 건너면 프라하성을 만난다. 프라하성은 구왕궁 등 여러 건축물로 구성되어 있다. 성 관람의 출발점은 흐라트차니광장. 매일 낮 12시 화려한 위병교대식이 열리는 정문을 들어서면 너른 광장과 함께 성비투스 성당이 눈에 띈다. 프라하성 안의 최대 볼거리. 지하에 역대 왕의 묘소가 있다. 현재 대통령 집무실과 영빈관으로 쓰이는 구왕궁과 성 이지르 교회를 지나면 황금골목이 이어진다. 연금술사들이 모여 불로장생의 묘약을 만들었다고 한다. 선물가게,서점 등 작고 예쁜 가게들이 있고,프란츠 카프카가 작업실로 사용했던 집도 있어 늘 관광객들로 붐빈다. 김재일 기자 kji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