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74년 11월 에티오피아에서 3백50만년 전의 직립원인 유골이 거의 완전한 형태로 발굴됐다.


그때 라디오에서는 비틀스의 노래 '루시 인 더 스카이 위드 다이아몬즈'가 흘러나오고 있었다.


그 유골은 '루시'라는 이름이 붙여졌다.


2004년 3월 미국 천문학자들이 지구로부터 약 50광년 떨어진 센타우루스 자리에서 지름 1천5백km의 다이아몬드 별을 발견했다.


그들은 당연하다는 듯 그 별의 이름을 '루시'라고 지었다.


비틀스가 해체된지 34년.


존 레넌이 총에 맞아 쓰러졌고 조지 해리슨은 암으로 유명을 달리했다.


폴 매카트니는 기사 작위를 받았다.


링고 스타는 어디서 무엇을 하는지….


4명의 행보는 엇갈렸지만 '팝의 신'에 얽힌 신화는 세월을 비웃는 듯 오히려 생생하다.


그리고 전세계 '비틀스 마니아'들은 오늘도 신들의 고향 리버풀로 성지(聖地)순례를 떠난다.


리버풀은 잉글랜드 북서부의 항구도시.


수평선 너머 아일랜드를 마주보는 이곳의 무역상들은 17∼18세기 아프리카 원주민을 신대륙 아메리카에 노예로 팔아 막대한 부를 쌓았다.


부두인 앨버트 도크에 있는 당당한 석조건물들이 옛 영화를 증언한다.


20세기 들어 남부지역의 항구도시와 비행기의 발전으로 활기를 다소 잃었지만 영국 제2의 무역항으로 명맥을 유지하고 있다.


리버풀 도심 매튜 스트리트에 비틀스 신화의 탄생지, 캐번 클럽이 자리잡고 있다.


비틀스는 이곳에서 1961년부터 3년간 3백여회 공연을 하며 실력을 키웠다.


지하 3층에 있는 캐번 클럽은 지붕이 낮고 아치형 기둥이 양 옆에서 받치고 있어 비좁은 동굴 같은 느낌을 준다.


과일창고, 방공호 등으로 쓰이다 1958년 음악공연장으로 바뀌었다.


흐릿한 조명, 눅눅한 공기 속에서 관객들은 스타의 탄생을 지켜봤다.


원래의 캐번 클럽은 73년에 허물어졌다.


지금 것은 80년대에 다시 지은 것이다.


클럽 맞은편 왼쪽은 명예의 벽이다.


롤링 스톤스, 퀸, 스티비 원더 등 캐번 클럽에서 연주했던 음악가들의 이름이 새겨진 벽돌로 만들어졌다.


레넌의 동상이 이곳에 비스듬히 기댄 채 오가는 사람들을 지켜본다.


오른쪽에는 비틀스가 공연한 뒤 바싹 마른 입을 맥주로 달랬다는 '크레이프스'라는 펍이 아직도 손님을 맞는다.


근처의 '비틀즈 숍'에서는 음반, 기념품 등을 살 수 있다.


레넌이 작곡한 '스트로베리 필즈 포에버'에 나오는 스트로베리 필드는 구세군이 운영하는 고아원.


한적한 비콘스필드 로드를 따라가다 보면 붉은 색 철문이 나온다.


문 기둥에는 팬들이 휘갈긴 서명이 빼곡하고 철문 뒤로 한 줄기 오솔길이 고아원에 이어진다.


어머니를 교통사고로 잃고 이모와 살았던 레넌은 이곳에 우리를 '데리고 가고 싶다'고 노래했다.


어릴 적 외로움을 나이가 들어서도 잊지 못한 탓일까.


비콘스필드 로드에서 멀지 않은 곳에 매카트니가 감상적으로 묘사한 페니 레인이 있다.


8백m 정도의 2차선 도로다.


스미스다운 로드와 맞닿은 교차로 쪽의 작은 가게들을 제외하면 한적한 공원길이다.


매카트니는 이곳에 이발소, 은행원의 집, 소방서 등이 있다고 했지만 이들은 스미스다운 로드에 있다.


가이드는 '메카트니가 거짓말을 했죠"라며 농담을 던진다.


순례자들이 가장 붐비는 곳은 앨버트 도크에 위치한 비틀스 박물관인 '비틀스 스토리'.


비틀스의 연대기를 18개의 방으로 나눠 보여준다.


압권은 레넌을 기리는 방 두 곳.


검은 장막을 걷고 첫번째 방에 들어서자 중앙에 레넌의 둥근 안경이 보인다.


안경 앞쪽 벽엔 'Imagine all the people living life in peace'라는 글이 여러 문자로 씌어 있다.


'상상 세계평화'라는 한자가 눈길을 끈다.


그가 부르는 '러브'가 잔잔히 깔리고 월남전 반대 데모 등 60~70년대의 혼란상이 비디오로 상영된다.


좀 격앙된 기분으로 두 번째 방으로 간다.


갑자기 눈앞이 밝아진다.


사방이 온통 하얗다.


벽쪽엔 레넌의 사진이 놓인 흰색 피아노.


거기서 울리듯 '이매진'이 방안을 가득 채운다.


평화를 호소하는 낮은 목소리.


신의 계시를 듣는 듯 순례자들은 멍하니 노래를 들으며 발길을 돌리지 못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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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여행수첩 >


대한항공, 아시아나항공이 런던 직항편을 운항하고 있다.


유럽내 주요 도시 경유편도 많이 있다.


영국은 한국보다 9시간 늦다.


통화단위는 파운드.


요즘 환율은 1파운드에 2천1백35원 안팎.


리버풀은 런던 유스턴역에서 기차로 3시간 정도 걸린다.


영국 ACP마케팅에서 판매하는 철도패스는 국내 여행사에서 미리 구입해야 한다.


맨체스터 공항에선 차로 50분쯤 소요된다.


비틀스 스토리 앞에서 오후 2시30분에 출발하는 '매지컬 미스터리 투어'를 이용하면 비틀스 관련 명소를 모두 둘러볼 수 있다.


2시간 동안 비틀스 멤버의 집과 페니 레인, 스트로베리 필드, 매튜 스트리트, 캐번 클럽 등을 거친다.


영국항공(02-774-5512)과 트래블넷(02-3144-6800, www.travelnetz.co.kr) 등이 '비틀스 투어' 상품을 판매한다.


리버풀뿐 아니라 런던의 애비 로드도 찾아간다.


영국관광청 www.visitbritain.com



리버풀=고호진 기자 vincen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