극심한 불경기 탓에 점포를 내고 장사하는 자영업자들이 고통을 겪고 있다. 직장생활을 그만두고 새로 창업하려는 사람들도 불황의 문턱 앞에 주춤하는 모습이다. 반면 청년 실업문제는 여전히 우리 경제가 당면하고 있는 주요 과제다. 한국경제신문과 산업자원부가 디지털 상인 육성 캠패인을 벌이는 것은 소상공인 자영업자 청년 실업자들이 불황 돌파구를 마련할 수 있도록 지원하기 위한 것이다. '내사업.내점포'면을 통해 게재되는 디지털상인 성공사례에는 소상인 자영업자들의 온라인 영업 성공담이 소개된다. ............................................................................. 장승현씨(40)는 올해로 꽃장사 경력만 7년째다. 그는 2002년 10월 '디지털 꽃상인'으로 변신을 시도했다. 사이버장터인 옥션에서 꽃바구니 화환 등을 팔기 시작한 것. 서울 강동구 상일동에서 운영중인 꽃가게만으로는 만족할 수 없어 인터넷에 꽃바구니 몇개를 올려놓고 시험삼아 팔아본게 '대박'이 터졌다. 옥션을 통한 월 평균 매출은 1천여만원. 사업영역이 인터넷으로 넓어지면서 꽃가게도 덩달아 매출이 늘었다. 점포 매출이 인터넷 진출 이전 4천만원수준에서 6천만원으로 급등했다. 인터넷을 통해 접수된 지방과 해외쪽 주문량을 현지 점포들과 주고받는 윈-윈 거래로 매출이 자연스럽게 늘었다. 온라인과 오프라인이 어우러져 시너지효과를 내고 있는 것. 투자한 비용과 노력에 비하면 엄청난 효과를 거둔 셈이다. '컴맹'에 가까웠던 장씨는 꽃바구니 등 제품사진을 인터넷상에 올리기 위해 이미지 제작업체에 화상작업을 의뢰했다. 비용이라야 건당 몇만원이 고작이다. ● 엔지니어에서 꽃장수로 변신 장씨는 1991년 건국대 전기공학과를 졸업,쌍용자동차에 입사했다. 엔지니어 생활은 5년만에 끝났다. 위궤양출혈 등으로 건강이 악화됐기 때문. 꽃 장사가 수입이 좋다는 주변의 얘기에 솔깃해 자기 사업을 시작했지만 생각만큼 쉽지 않았다. 1997년 2월 서울 천호동 재래시장에 3평규모의 꽃가게를 차렸다. 근근이 꾸려가는 수준이었고 여름철 비수기엔 생계를 걱정해야 할 판이었다. 부인에게 가게를 맡기고 학원강사 등을 전전했다. 직장복귀에 대한 고민도 많았다. 하지만 "이왕 시작한 일 끝장을 보자"며 마음을 다잡았다. 가게는 일단 부인에게 맡기고 자신은 기업체들을 상대로 본격적인 영업활동에 들어갔다. 신문에 게재된 채용공고를 빼놓지 않고 보면서 기업체 총무과나 인사과 실무자들을 영업대상으로 잡았다. 틈틈이 전화로 안부를 묻고 문턱이 닳도록 드나들며 낯을 익혔다. 기업고객들이 하나둘씩 늘어갔다. 주문량이 많은 기업들에는 일용직 주부사원을 파견,화분에 물을 주고 받침대를 교환해주는 등 서비스를 제공했다. 개점행사가 잦은 프랜차이즈 업체들도 적극적으로 유치했다. 장씨는 각종 화훼협회 5개에 회원으로 가입하고 있다. 지방은 물론 해외까지 판매망을 넓히기 위해서다. 각 협회는 가입회원들을 하나의 네트워크로 묶어 지방과 같은 원거리 주문을 상호 해결하도록 중개하는 역할을 한다. 그가 현재 인터넷에서 전국을 커버하는 사이버 영업을 벌일 수 있는 배경이다. 방문객 중심의 소매 비중이 작아지자 가게를 그린벨트 지역으로 옮겼다. 상일동 1백평점포는 보증금 1천5백만원에 월세가 40만원. 현재 종업원수는 6명이다. ● 인터넷으로 제2창업 어느 순간 꽃가게의 성장 속도가 주춤해졌다. 뭔가 돌파구가 필요했다. 홈페이지를 꾸미기도 하고 인터넷 포털사이트에 배너광고도 띄워봤지만 별 효과가 없었다. 97년말 사이버장터인 옥션에 꽃바구니 등 제품 몇개를 시험삼아 올려놨다. 등록비라야 노출효과에 따라 1천∼2만원에 불과해 '밑져야 본전'이란 생각이었다. 의외로 반응이 좋았다. 시험삼아 올렸던 백송이장미 50개가 순식간에 매진된 것. 가격경쟁이 치열해 마진율은 낮지만 홍보효과와 오프라인 점포와의 시너지효과를 감안할때 승산이 있다는 판단이 섰다. 등록 및 판매수수료가 높지 않아 그동안 꽃장사 경험으로 어느정도 이익을 확보할 자신도 섰다. 옥션의 경우 등록수수료는 제품가격에 따라 2백∼3천5백원,낙찰수수료는 1.5∼6% 정도다. 옥션은 경매기간을 3일 5일 7일 10일 등 4가지로 정해놓았다. 제품특성이나 수요 등을 감안해 적합한 경매기간을 선택해야 한다. 사이버점포는 제품사진만으로 구매여부를 결정하기 때문에 신뢰도가 생명이다. 고객들은 제품을 받으면 반드시 배달시간을 비롯해 제품상태 사후처리 등 서비스를 평가하게 된다. 고객 불만이 누적되면 사이버점포의 신뢰도는 추락하고 인터넷에서 자연스럽게 퇴출된다. 장씨는 3년째 최상위 신뢰도를 유지하고 있다. 꽃은 서울외에 지방주문이 많아 신뢰도를 유지하는게 쉽지 않다. 그는 "원거리 주문이 들어오면 현지 협력업체에 2∼3번씩 부탁해 배달시간은 물론 꽃상태에 대한 특별부탁을 하는 게 신뢰도 유지의 비결"이라고 귀띔했다. 인터넷 매출은 치열한 가격경쟁으로 마진이 적다. 초기엔 오히려 손해를 보기 십상이다. 그는 "홍보와 꽃가게 매출증대 효과 등을 감안해 처음엔 마진을 포기하는 심정으로 밀어붙였다"고 말했다. 월 매출이 1천만원을 넘어서면서 이젠 매출의 10% 이상을 순이익으로 남기고 있다. 어버이날 등 특수가 있는 달에는 매출이 2천만원 수준으로 껑충 뛴다. 손성태 기자 mrhand@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