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는 23일부터 정부가 뉴욕 홍콩 런던 등을 순회하며 '한국경제 설명회'를 개최할 예정이다. 가장 큰 목적은 총선 결과에 관계없이 우리의 경제정책 운용에 있어 커다란 변화가 없을 것임을 알리기 위해서다. 일단 이번 설명회는 시기적으로는 적절하다. 이달 들어 국제금융시장에서는 총선 이후 한국의 경제정책에 어떤 변화가 있을 것인지에 대한 의문을 계속해서 제기해 왔다. 경제기초여건 면에서도 경기회복이 늦어짐에 따라 한국경제를 보는 해외시각이 다소 부정적으로 바뀌는 시점이기 때문이다. 발표될 내용도 비교적 잘 잡힌 것 같다. 총선 이후에도 각종 정책이 그대로 유지될 수 있는가 하는 우려가 크다는 점에서 그렇다. 올 들어 글로벌 펀드들이 한국을 비롯한 아시아 이머징 마켓에 투자할 때 정책의 일관성을 중시하는 점을 감안하면 매우 중요한 문제다. 물론 이번 설명회에서 발표될 세부적 내용은 조만간 확정되겠지만 총선 이후 모든 정책운용에서 경제를 우선하겠다는 원칙을 강조할 필요가 있다. 지난 1년 동안 우리 경제가 대외여건의 호조에도 불구하고 경기회복이 늦어졌던 데에는 정계개편에 치중한 나머지 경제가 뒷전으로 밀려난 점이 가장 큰 요인인 것으로 국제금융시장은 진단하고 있다. 더욱이 일부 국제금융전문가 사이에서는 한국이 5년 대통령 단임제를 취하는 이상 총선 이후에도 확고하지 못한 노무현 정부의 기반을 강화하기 위해 정계개편을 계속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보고 있다. 이 때문에 이번 한국경제 설명회를 통해 경제우선의 정책운용 원칙을 재확인해 이런 우려를 말끔히 해소할 필요가 있다. 경기문제에 있어서는 외국인들이 국내 주식을 추가 매입할 수 있도록 경기회복에 대한 강한 확신을 심어줘야 한다. 특히 이 문제는 지난해 이라크 전쟁 이후 지금까지 외국인들이 국내 주식을 매입하게 했던 환차익이 최근 들어 줄어들고 있는 점을 감안하면 의외로 시급한 현안이다. 이미 총선 이후 경제각료들이 잇달아 강조하고 있지만 우리 경기가 본격적으로 회복되기 위해 가장 절실한 것은 수출호조를 내수로 연결시킬 수 있는 구체적인 대안을 제시하는 점이다. 또 열린우리당의 과반 의석 확보와 민주노동당의 원내 진출로 국제금융시장에서 변화가 많은 것으로 보고 있는 한·미및 남북관계,이라크 파병문제,노조위상 강화 등과 같은 민감한 현안에 대해서도 현 정부의 명확한 입장을 밝힐 필요가 있다. 마지막으로 이번 설명회는 이해관계자 혹은 시장참여자 중심이 돼야 한다. 과거 설명회에 참가해 보면 우리가 준비한 내용을 정해진 시간을 다 사용해 설명하다 보니 국제금융시장 참여자들이 우리 경제에 대해 궁금했던 사안을 풀지 못하고 끝내는 경우가 많았다. 이번에는 우리가 준비한 내용에 대한 설명은 최소한으로 줄이고 국제금융시장에서 의문을 갖고 있던 사안을 해소하는 데 보다 많은 시간을 할애해야 한다. 동시에 종전과 같이 이번 설명회가 단순히 이벤트성으로 그친다든가 서투른 영어로 국제금융전문가들에게 오히려 짜증을 내게 하는 '우(愚)'를 범하지 말아야 할 것이다. 논설·전문위원 scha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