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린우리당이 17대 총선에서 원내 과반을 차지함에 따라 '당(黨)-정(政)'관계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47석의 '미니'여당에서 1백52석의 '초대형'여당으로 탈바꿈한 데다 노무현 대통령의 입당이 가시권에 들어오면서 열린우리당은 명실상부한 집권여당으로 자리매김했기 때문이다. 이와함께 몸집이 3배 이상 불어나면서 당내 역학구도의 변화 가능성도 새로운 관심사로 떠올랐다. '잡탕'이란 말이 나올 정도로 스펙트럼이 넓은 상황에서 결정적 계기만 주어지면 '이념적 분화'가 일어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힘 실린 여당='약자의 설움'은 옛 얘기가 됐다. 16대 국회에선 야당이 번번이 발목을 잡았지만 과반 의석을 확보함으로써 열린우리당은 대정부 관계에서도 제 목소리를 내게 됐다. 당장 열린우리당은 19일 정부측과 경제분야 정책회의를 여는 것을 시작으로 분야별로 당정협의에 들어간다. 당정협의는 지난해 9월29일 노 대통령이 탈당한 이후 7개월 만이다. 총선 공약에서 내걸었던 주요 현안들을 정부측과 조율,17대 국회에서 입법이 성사되도록 준비한다는 방침이다. 이에 따라 정책위원회의 권한과 역할도 커질 전망이다. 그러나 정부와 열린우리당이 이견을 보이는 일부 현안에 대해선 당정간 마찰을 빚을 가능성도 있다. 특히 대기업·노동 정책과 부동산시장 대책 등에서 양측 입장조율의 필요성이 제기되고 있다. 출자총액제한제도의 경우 일단 유지하되 장기적으로는 폐지를 검토한다는 것이 당과 정부의 기본 입장이지만 당내 진보세력이 제도유지를 고집하며 반발할 경우 진통이 예상된다. 아파트분양원가 공개문제도 '시장원칙'을 내세우는 정부와 달리 당내에선 서민보호 명분을 내세워 서둘러 공개를 추진해야 한다는 의견이 만만치 않아 정부와의 협의 과정이 주목된다. 이밖에 노사관계에서도 당내 진보세력이 노동자의 권익향상을 강하게 요구할 것이 예상돼 '불협화음'이 일지 않을까 우려된다. ◆당내 역학구도=친 정동영 의장 그룹,친 김근태 원내대표 그룹,친 노(盧)그룹 등 3개 세력이 힘을 겨루는 양상이다. 당권을 쥐고 있는 정 의장측은 신기남 천정배 의원 등과 정덕구 민병두 박영선 당선자 등 전문가 중심의 영입인물들로 구성돼 있다. 이계안 당선자 등 다수의 전문가 인사들도 여기에 속한다. 정 의장그룹은 다수이긴 하지만 구성원간 결속력은 다소 떨어진다는 평가다. 재야운동가 출신으로 이뤄진 김 원내대표측엔 이해찬 임채정 장영달 이미경 이호웅 김영춘 의원 등 기존 세력에 이인영 오영식 우상호 당선자 등 학생운동 출신들이 가세했다. 친노 세력은 김원기 고문,염동연 문희상 유인태 원혜영 조성래 서갑원 백원우 이광재 당선자 등 이른바 '친노직계파'와 김원웅 유시민 의원 등 개혁당 출신의 '개혁파'로 나눠볼 수 있다. 특히 개혁파는 이번 총선에서 유기홍 강기정 이광철 김태년 김재윤 당선자 등을 대거 원내에 진출시켰다. 이념성향으로는 정 의장측과 친노직계 세력이 보수에 가까운 반면 김 원내대표측과 개혁파는 진보에 훨씬 치우쳐 있다. 이 때문에 여권이 분화할 수도 있다는 예측이 간간이 흘러나온다. 이라크 추가파병과 관련,김 원내대표측이 번번이 제동을 걸고 있는 것이 단적인 예다. 17대 국회가 열리면 국가보안법,정기간행물법 개정 등 개혁세력의 요구를 둘러싸고 보수진영과 진보진영의 대립도 예상된다. 총선과정에서 '노인폄하'발언으로 돌출된 당내 영남권 세력의 불만을 어떻게 추스리느냐도 정 의장측으로선 고민스런 대목이다. 이와 관련해 정 의장은 조만간 당직을 개편,당 분위기를 일신할 계획이다. 박해영 기자 bon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