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휴대폰 시장에 '삼성전자 태풍'이 거세게 몰아치고 있다. 부동의 1위 업체인 노키아(핀란드)는 삼성전자의 공세로 1·4분기에 부진한 실적을 기록하더니 지난주에는 2·4분기 예상 실적도 하향 조정했다. 이에 세계 주요 언론들은 삼성전자가 노키아의 대체주자로 급부상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세계 최대의 휴대폰 메이커로 군림해온 노키아는 수년째 시장점유율이 정체되어 있는 반면 삼성전자는 최근 수년간 해마다 2%포인트씩 점유율을 높여왔다. 지난해에는 시장점유율 세계 2위 업체인 모토로라(미국)를 매출에서 완전히 따돌리며 사실상 2위에 올라서 노키아 공략의 발판을 마련했다. ◆흔들리는 노키아 노키아가 최근 발표한 1·4분기 실적에 따르면 휴대폰부문 매출은 42억5천만유로로 전년 동기 대비 15%나 감소했고 영업이익(10억9천만유로)도 25% 줄었다. 시장점유율(35%)은 경쟁 심화,신제품 출시 지연으로 전 분기보다 2%포인트 떨어졌다 2·4분기 매출도 지난해와 비슷하거나 줄어들 것으로 전망됐다. 제품의 평균가격도 지난해에 비해 20%나 낮아지는 등 뚜렷한 적신호가 켜졌다. 요르마 올릴라 노키아 사장은 "40여개 모델이 출시되는 연말쯤에는 시장 점유율이 회복되고 수익성도 개선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냉담한 반응을 보이고 있다. 노무라의 애널리스트 리처드 윈저는 "노키아는 시장점유율 감소,휴대폰 가격 하락,낮은 수익성 등으로 어려움을 겪을 것"이라며 "3세대 통신시장을 장악하기 위해 경쟁이 더욱 치열해지는 2005년 역시 노키아엔 어려운 해가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삼성전자의 부상 삼성전자는 올해 1·4분기에 세계시장에서 휴대폰 2천만대를 판매해 4조6천1백억원의 매출을 올렸다. 지난해 1천3백20만대,3조4백억원에 비하면 판매량은 51.5%,매출액은 51.6%나 늘었다. 특히 영업이익률이 20% 후반대에 달해 경쟁사들을 긴장시키고 있다. 가트너그룹의 애널리스트 벤우드는 "노키아는 더이상 최고 브랜드가 아닐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 파이낸셜타임스는 "삼성전자가 약진하면서 노키아와 모토로라가 심각한 위협을 받고 있다"며 "삼성의 강점은 수요자 기호 변화에 대처해 첨단 고부가가치 휴대폰을 발빠르게 쏟아내는 점"이라고 진단했다. ◆전망 세계 휴대폰 시장 1,2위 업체인 노키아와 모토로라는 당분간 정체를 보이는 반면 삼성전자의 가파른 상승세는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그렇다고 당장 시장점유율이 뒤집어질 것이라고 기대하는 것은 무리다. 모토로라 역시 1·4분기 매출이 전년 동기 대비 11% 늘어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점유율도 소폭 오를 전망이다. 최근 방한한 마이크 자피로프스키 사장은 "1·4분기 실적은 기대 이상으로 좋을 것"이라고 낙관한 바 있다. 그러나 카메라폰 등 고급 휴대폰 시장에서는 삼성전자의 독주가 시작될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삼성전자는 지난해 8천4백만대 규모의 세계 카메라폰 시장에서 11.8%의 점유율을 기록,일본 NEC(시장점유율 15.5%)와 노키아(13.0%)에 이어 3위에 올랐다. 올해는 판매량 6천5백만대의 절반이 넘는 3천3백만대를 팔아 세계시장 1위로 올라설 전망이다. 삼성전자의 휴대전화 단말기 평균 수출단가는 2백달러에 육박해 이미 세계 1위다. 김태완 기자 twki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