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용성 상의회장-김병주 교수 대담] 17대 총선과 향후 경제정책 방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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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경제신문은 18일 '재계의 입'으로 통하는 박용성 대한상공회의소 회장과 경제학계의 원로 김병주 한국개발연구원(KDI) 국제정책대학원 교수(서강대 명예교수)를 초청, 총선 결과와 향후 경제정책 운용 방향에 대한 의견들 들었다.
박 회장은 "진보세력의 약진에도 불구하고 '성장'을 중시하는 정책기조는 결코 바뀌지 않을 것"으로 전망했다.
그는 국정의 책임 소재가 분명해진 만큼 정부와 여당도 '기업하기 좋은 환경'을 만들기 위해 적극 나설 것으로 기대했다.
박 회장은 항간에서 우려하듯이 우리 사회가 좌파 혹은 진보로 흘러갈 가능성은 전혀 없다며 아예 그 문제는 논의거리도 아니라는 식의 발언을 되풀이해 강조했다.
노무현 정부와 예각을 세워왔던 '재계의 말짱'(그 자신의 표현)인 박 회장의 그동안 발언과는 사뭇 다른 뉘앙스다.
김 교수도 "'정치 10단'인 노무현 대통령이 이제는 경제에서도 몇 단인지를 보여줘야 할 때가 됐다"며 "성장이 최상의 분배라는 것을 노 대통령이 충분히 인식하고 정책을 펴 나간다면 한국 경제에도 희망은 있다"고 말했다.
진보적 성향이나 포퓰리즘 등에 대해서는 아예 생각도 하기 싫다는 반응들이었다.
그것은 총선 이후 정국에 대한 강력한 희망사항이기도 했다.
[ 사회 = 정규재 < 편집부국장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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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규재 부국장 (사회) =총선 결과를 긍정적으로 보시는지요.
△ 박용성 회장 =딱 떨어지는 '황금분할'이라고 생각합니다.
집권여당은 국정을 힘있게 추진할 수 있는 과반의석을 얻었고, 야당은 개헌을 저지할 수 있는 의석을 확보했습니다.
오랜만에 '여대야소'가 됐다는 건 집권당이 더 이상 국정 실패에 대한 핑계를 댈 거리가 없어졌다는 걸 의미합니다.
그동안 정부는 집권 초기인데다가 국회에서도 소수라서 힘들다고 했는데, 이제는 여건이 완전히 갖춰졌으니 좋은 기회가 왔습니다.
△ 김병주 교수 =참여정부는 두가지 핑계를 대왔습니다.
하나는 전임 김대중 정부가 내수를 진작시키기 위해 신용카드에 대한 규제를 과도하게 푼 후유증이고 다른 하나는 거대 야당이었습니다.
이제 이런 핑계를 댈 여지가 없어져 국정의 책임 소재를 분명히 할 수 있게 됐다는 점에서 잘됐습니다.
또 여당이 국정을 전횡할 여지를 막아줬다는 점에서 국민들이 '절묘한 선택'을 한 것 같고.
△ 김 교수 =낡은 정치의 주역들이 밀려나고 새로운 인물들이 많이 등장했다는 점도 성과로 꼽고 싶습니다.
드디어 '3김씨'의 마지막 김씨도 물러나지 않았습니까.
△ 사회 =이번 선거 결과를 '보-혁 구도'라고 볼 수 있을까요.
△ 박 회장 ='보수-혁신' 구도라기 보다는 '보수와 개혁' 구도로 보는게 적절한 것 같습니다.
한국 사회에는 아직까지 '레드 콤플렉스'가 남아 있으니까 '혁신'이라는 말보다는 '개혁'이라는 말이 더 적당합니다.
열린우리당 당선자의 면면을 보면 재정경제부 장관을 지낸 사람만 셋입니다.
이런 양반들이 있는 것을 보면 열린우리당도 완전히 진보적인 조직이라고만 볼 수는 없을 것입니다.
또 '보수-진보' 이런 식으로 편가르는 것은 안했으면 합니다.
그래서 득될게 뭐가 있습니까.
오히려 '누가 더 기업하기 좋은 환경을 만드는데 앞정서는가' 이런 기준으로 보고 싶습니다.
이같은 측면에서 볼 때 열린우리당도 기업하기 좋은 환경을 만드는데 앞장서지 않을 수 없을 거라고 봅니다.
한국 경제가 8년째 '소득 1만달러의 덫'에 빠져 있는데 어떻게 하든지 나서야죠. 이제는 변명할 여지도 없고….
더 급한 쪽은 열린우리당입니다.
누가 뭐래도 집권 여당 아닙니까.
△ 김 교수 =요새 기업사정을 들어보면 8년전에는 부채비율 4백% 이상이 보통이었는데 이제는 1백%미만인 곳이 많습니다.
사내유보 자금이 몇조원씩이나 쌓여 있어도 투자를 안한다는 얘기인데, 이는 불확실성 때문입니다.
여당 내에는 전문관료 기업인 출신들도 많지만 분명히 반(反)시장적 정서를 가진 부류도 있습니다.
문성근씨와 명계남씨도 말했듯이 여당 내에 다양한 스펙트럼이 존재하는데 어느 쪽이 헤게모니를 장악할 것인지가 변수입니다.
노무현 대통령은 정치에서는 한 10단쯤 되는 고수인 것 같습니다.
하지만 이제는 경제에서 몇 단인지를 보여줘야 할 때입니다.
△ 박 회장 =불확실성 얘기를 많이 하는데 저는 그거 별로 걱정하지 않습니다.
불확실성은 보수세력이 노 대통령을 공격하기 위해 만들어낸 측면도 있습니다.
지금 다시 분배를 강조해서 성장을 도외시하고 기업을 옥죄는 개혁을 하면 나라 경제가 어떻게 될지 노 대통령도 잘 알고 있을 겁니다.
노 대통령한테도 시간이 없어요.
△ 사회 =민주노동당의 원내 진출에 대해서는 어떻게 보십니까.
△ 박 회장 =이제 원내에 진출해 얼마든지 합법적으로 활동할 공간이 열렸기 때문에 과거와 같은 거리투쟁은 자제하겠지요.
국회에 와서까지 극한투쟁으로 일관한다면 말이 됩니까.
그러나 한국노총은 변수입니다.
'우리는 합리적으로 했는데 남은게 뭐냐' 이런 생각이 들지 않겠습니까.
때문에 한국노총이 더 강경화할 가능성이 있고….
△ 김 교수 =민노당이 원내에서 분배를 주장하기 시작하면 조금 시끄러울 겁니다.
그러나 분배의 최상의 '무기'는 성장입니다.
성장을 해서 일자리를 창출하는 것만큼 좋은 분배는 없습니다.
△ 사회 =진보세력이 상대적 우위를 점함에 따라 포퓰리즘에 대한 우려가 많은데요.
△ 박 회장 =그게 가능할까요.
불가능하다고 봐요.
여당도 4년동안 경제를 살리고 실업률도 낮춰서 다음 정권에 물려주려고 할 겁니다.
그러면 가야할 길이 뻔한데 왜 포퓰리즘적인 정책을 펴겠습니까.
4년간의 성적표가 어떻게 되건 무조건 인기를 얻기 위해 퍼준다(?) 불가능하다고 봅니다.
그날로 망하는 길인데….
우파들이 좌파에 대해 '포퓰리즘'으로 몰아붙인 것도 잘못이에요.
그러니 각 정당은 선거기간에 내놓은 공약을 일단 잊어버려야 해요.
선거공약을 보면 '더 주겠다'는 것만 있고 '더 벌어들이겠다'는 것은 없어요.
△ 김 교수 =저는 조금 생각이 다른데 한국이 중남미처럼 될까봐 정말 걱정입니다.
하지만 국정을 맡은 사람은 누구나 역사에 남길 바랍니다.
나라 망쳐버리고 가겠다는 사람은 없을 겁니다.
이제는 경제를 챙기는데 주력해야겠다, 이런 식으로 마인드가 바뀔 것입니다.
△ 박 회장 =더구나 앞으로 4년 동안은 선거도 없잖아요.
눈치볼 것도 없고.
△ 김 교수 =대통령 주변은 그러나 문젭니다.
대통령이 공천권을 가진 것도 아니고.
보수파들이 오히려 '노 대통령 구하기'를 해야하는 상황이 올 지도 모릅니다.
△ 사회 =공직사회에도 변화의 바람이 몰아칠 것으로 예상되는데 어떻게 보십니까.
△ 박 회장 =정부개혁을 할 수 있는 절호의 기회가 왔습니다.
정부조직 통폐합 또는 축소를 할 수 있는 좋은 기회입니다.
현 정부 조직을 그대로 둔다는 건 자동차 시대에 마차를 끌고 다니는 거나 마찬가지입니다.
과거와 단절하고 철밥통을 깨야지요.
어떤 부처를 개혁해야 하는지 뻔히 보이잖아요.
답은 이미 다 나와 있습니다.
△ 사회 =우리 사회의 기득권층이 반성하고 노력해야 할 부분은 없을까요.
△ 김 교수 =시장경제의 가장 큰 약점은 분배 문제입니다.
때문에 사회적 안전망이 필요한데 이걸 국가가 다 할 수는 없는 노릇입니다.
중산층 이상에서 좀 더 사회적 약자를 위해 베푼다고 할까, 이런 새로운 문화가 한국에도 생겼으면 합니다.
△ 박 회장 =국민 대다수가 느낄수 있도록 기득권층도 반성해야 합니다.
이제는 가진 자들도 행동을 잘해야 합니다.
그게 몇년 쌓여가면 반감도 사라질 겁니다.
기업들도 이게 생존의 문제라고 생각해야 합니다.
정리=김동윤 기자 oasis93@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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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약력 ]
박용성 회장 (64)
* 1965 서울대학교 경제학과 졸업
* 1969 미국 뉴욕대 MBA
* 2000 대한상공회의소 회장 (현재)
* 2001 두산중공업 회장 (현재)
* 2002 국제올림픽위원회 위원 (현재)
김병주 교수 (65)
* 1961 서울대학교 경제학과 졸업
* 1976 미국 프린스턴대 경제학박사
* 1970~2004 서강대학교 경제학과 교수
* 1994 한국경제학회 초대회장
* 2004 한국개발연구원 국제정책대학원 교수 (현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