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8회 2004·2005 가을·겨울 SFAA 서울컬렉션'이 3일간의 일정을 마치고 18일 서울무역전시장에서 막을 내렸다. 토요일인 지난 17일 최범석 송자인 장광효 한혜자 오은환 박윤수 김동순씨가 나선 데 이어 18일에는 홍승완 이주영 김철웅 박항치 이상봉 루비나씨가 차례로 무대를 장식했다. 이번 컬렉션에선 풍요로웠던 과거에 대한 향수로 1920~60년대에 유행했던 룩들을 현대적으로 재해석한 스타일과 화려하고 로맨틱한 분위기가 많이 나타났다. 한혜자씨는 바이어스컷 이브닝 드레스,각진 어깨에 허리는 꼭 맞고 아래로 갈수록 플레어가 지는 롱스커트 등으로 1930년대 패션 트렌드인 홀쭉하고 긴 실루엣을 선보였다. 재즈음악이 흐르는 파티장으로 무대를 연출,플로어쇼를 진행한 데다 가수 이은미,탤런트 강부자,연극배우 박정자씨 등이 모델로 깜짝 출연해 관중들의 박수 갈채를 받았다. 오은환씨는 1950년대 이후의 다양한 라인들을 응용한 로맨틱 실루엣이 주류를 이뤘다. 물결치듯 촘촘히 가로주름을 잡아놓은 코트,꽃봉오리 모양의 바이어스테이프 끝선처리 등 손맛이 깃든 우아한 디자인도 눈길을 끌었다. 디자이너들은 가죽 모피 울 등 대표적인 겨울 소재에 더해 시폰 새틴 등 가볍고 부드러운 소재를 많이 사용했다. 나풀거리는 시폰 블라우스나 원피스가 등장하지 않은 무대는 거의 찾아보기 힘들 정도로 하늘거리는 실루엣이 많았다. 홍승완씨는 레이스를 많이 사용해 망토처럼 두르거나 재킷 위에 덧입는 레이어드룩으로 여성미를 강조했다. 컬러는 봄·여름을 주도했던 분홍 연두 계열의 화사한 색상과 화이트 베이지톤이 계속 유지되는 가운데 어두운 녹색,다갈색,와인색,군청색 등 다크톤으로 돌아가는 추세였다. 지난해 가을·겨울 다채로웠던 색채 속에 한동안 묻혀있던 검정이 올 가을·겨울 '키 컬러'로 다시 들어선 것도 특징. 블랙&화이트 등 강한 보색대비도 눈에 띄었다. 박윤수씨는 미국의 팝가수 마돈나의 음악을 배경으로 분홍 노랑 연두 등 화사한 색깔의 의상으로 무대를 밝고 경쾌하게 연출했다. 반면 김동순씨는 작품 주제 '야행(夜行)'에 걸맞게 검정이 주조를 이뤘다. 간간이 눈에 띈 색들도 와인색,흑갈색 등 어두운 색채였다. 김씨의 딸 송자인씨는 분홍 흰색과 함께 어두운 녹색,갈색 등 낮은 톤으로 SFAA 데뷔 무대를 꾸몄다. 역시 '2세 디자이너'로 SFAA 첫 신고식을 치른 이주영씨(설윤형씨의 딸)의 메인 컬러는 블랙. 군청 청록 와인색 등 낮은 채도의 색채도 함께 사용했다. 남성복에 십자가모양 고리,지퍼를 활용한 절개선,카고팬츠를 변용한 주머니 장식,길게 늘어뜨린 술 장식 등을 도입해 정교함이 돋보이는 디자인이라는 평을 받았다. 컬렉션의 대미를 장식한 루비나씨도 자주색 보라색 등 차분한 색깔을 많이 사용했다. 한편 서울패션아티스트협의회(SFAA)가 주최하고 한국경제신문사가 후원한 이번 행사에는 패션계 종사자와 학생 등 총 4만여명이 관람한 것으로 집계됐다. 쇼별로 2천명 이상이 몰려 관람객들은 좌석이 모자라 뒷줄에 서거나 복도 바닥에 앉아 관람하는 등 SFAA 서울컬렉션에 큰 관심을 보였다. 이방실 기자 smil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