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이 2020년까지 쏟아낼 원자력 발전소 건설 물량은 줄잡아 4백억달러. 이 가운데 올해 발주될 원전 규모는 약 80억달러다. 한국 미국 프랑스 러시아 캐나다 일본 등 6개국의 내로라 하는 업체들이 군침을 흘리며 뛰어들고 있는 이유다. 업체들만이 아니다. 각국 정부는 정상까지 나서 총력지원 체제를 갖추고 있다. 규모도 규모지만 중국 정부의 '정치적 판단'이 수주의 최대 관건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한국 정부도 서둘러 경쟁의 대열에 뛰어들어 업계를 지원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해외 유수업체들 참가 중국은 저장성 친산(秦山) 등에 8기의 원전을 가동하고 있고 3기를 건설 중이다. 그러나 경제 급성장으로 전력부족 현상이 심화되면서 중국 정부는 원자력 발전능력을 8.6기가와트(GW)에서 2020년까지 36GW로 높이는 등 대대적인 전력산업 구조개편에 나섰다. 당장 4기에 대한 건설계획이 올해 확정된다. 6월부터 수주전이 본격화 된다는 얘기다. 세계 유명 업체들의 수주경쟁은 더욱 치열해지고 있다. 미국은 웨스팅하우스가 최근 개발한 3세대형 원자로인 'AP-1000'을 내세워 수주활동을 벌이고 있다. 미국 정부의 지원을 받아 개발한 AP-1000은 안전성을 1백배 이상 높이고 건설비를 크게 낮출 수 있다는 장점을 내세우고 있다. 중국 정부에 대해서는 1천1백30억달러에 이르는 무역역조를 개선할 수 있는 기회라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프랑스 아레바사는 친산 등 4기의 건설실적을 바탕으로 수주를 추진 중이다. 아레바는 다양한 기종을 내세워 승부를 펴고 있으나 기술전수에 소극적이어서 중국 정부가 별로 탐탁지 않게 생각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러시아 미나톰도 중국에 건설 중인 'VVER-1000' 기종을 내세워 입찰에 참여할 예정이다. 이밖에 캐나다와 일본 업체도 군침을 흘리며 기회를 엿보고 있다. ◆한국,운용능력 최강 두산중공업 한국수력원자력 등 국내업체 컨소시엄은 지금까지 검증된 가장 최신의 기술력과 안전성을 내세워 중국시장을 노크하고 있다. 미국 유럽 등은 80년대 이후 원전 건설을 중단하고 해외시장에서만 판매해 왔지만 한국은 꾸준히 원전을 건설하고 운영하며 기술력을 쌓아왔다는 설명이다. 특히 한국형 표준원전(KSNP)은 영광 3∼6호기와 울진 3,4호기 등 6기가 가동 중이고 울진 5,6호기 등 6기가 건설 중에 있는 등 표준화를 이뤄 건설비용까지 낮출 수 있다는 장점을 부각시키고 있다. 또 한국의 원전이용률이 92.7%(2002년)로 미국(89.7%) 캐나다(81.9%) 프랑스(81.6%) 등보다 높은 데다 고장정지회수는 연 0.5회(1호기당 2001년 기준)로 프랑스(3회),미국 캐나다(이상 1.3회)보다 낮다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한국수력원자력 관계자는 "기술적 문제점이 발생할 경우 그날 바로 한국 전문가를 파견해 지원할 수 있다"며 지리적 접근성의 장점을 강조했다. 70년대 이후 선진 기술을 받아들이며 원전 기술을 국산화한 경험도 중국이 다른 국가에서는 배울 수 없는 한국의 독특한 장점이라고 지적했다. ◆해외업체와 공동수주도 중국은 외국업체에 의존한 1세대 원전을 현재 가동 중이나 향후 건설하는 원전은 3세대형 최신 원자로를 원하고 있다. 상당한 수준의 기술전수를 요구하고 있는 셈이다. 이 경우 미국 웨스팅하우스는 한국 또는 일본업체와 컨소시엄을 이뤄 프랑스와 맞대결을 벌일 것이 유력시 되고 있다. 두산중공업 관계자는 "웨스팅하우스는 AP-1000의 건설 운용 경험이 없어 운용능력이 풍부한 한국과 컨소시엄 구성을 제의해올 가능성이 높다"며 "단독응찰을 통해 수주를 따낸다는 전략이지만 해외업체와 제휴해 기자재 공급 등 협력할 여지는 충분하다"고 말했다. 베이징=오광진 특파원.정태웅 기자 redae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