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조 대표자의 이사회 참여 및 안건별 발언권 보장, 노조가 추천하는 사외이사 1인 지명, 징계위원회의 노사 동수 참여 및 찬반 표결시 가부 동수는 부결로 처리….' 올해 기아자동차가 회사측에 제시할 단체협약 요구안의 핵심 내용이다. 노동계가 4ㆍ15 총선에서 정치적 발판 마련에 성공한데 이어 업종별 대표기업의 임단협을 통해 적극적으로 경영에 참여하겠다는 의지를 보이고 있다. 완성차 노조는 기업의 사회적 책무에 대한 포괄조항을 신설, 단체협약 적용범위를 사회 전반으로 확대할 움직임도 보이고 있다. 정당한 기업활동 외에 별도 자금을 조성하지 않는다는 내용을 명문화할 것을 요구키로 하는 등 기업들의 '원죄(原罪)'를 담보로 한 압박 전략도 거세질 전망이다. ◆ 경영 완전 개입, 사회 책무 강화 기아차의 경우 자본투자, 해외공장 설립 등 발표 전 경영비밀에 해당하는 사항은 물론 외주처리, 하도급, 분사, 판매점 신설 등 경영 전반에 걸쳐 계획 수립단계부터 노조를 참여시켜 합의한 후 시행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 신차종 신기술은 물론 새로운 전산시스템 도입까지도 노조와 협의해야 한다는 것이다. GM대우는 내년 말까지 부평공장 인수 및 통합을 단협안으로 내세웠다. 군산 창원 등 각 지역 공장의 라인 조정과 생산체계 재구축에 따른 이행시기 등 구체적인 발전 전망을 사측이 '확약'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 쌍용차 노조도 산업 공동화 및 구조조정 공동 대처 등 민노총 산하 금속산업연맹이 제시한 핵심 요구안을 단협 안건으로 올린다는 방침이다. 대기업의 사회적 책무 강화 역시 새로운 이슈로 부각될 전망이다. 지난해 단체협상을 체결, 올해 임금협상만 앞두고 있는 현대차 노조는 올해 보충협약 형태로 사회공헌기금 마련 및 비정규직 처우 개선 등을 임금협상과 함께 진행키로 했다. 경상이익의 5%를 출연, 산업발전과 사회공헌을 위해 산업 차원의 노사 공동기구를 구성해 운영하자는 것. 종업원의 완전 고용과 신규 고용 창출을 위해 노력한다는 '상징적' 차원의 문구도 삽입시킬 것을 요구하고 있다. ◆ 비정규직 처우 개선도 이슈 기아차 노조는 회사측에 임금 15.5% 인상(기본급 대비)과 상여금 8백% 지급(통상급 기준) 등 비정규직 임금 인상을 별도로 요구했다. 이는 민노총의 정규직 임금 인상 가이드라인 10.5%보다 훨씬 높은 수준. 다른 대기업 노조도 △협력업체에 대한 적정 납품단가 보장 △결제기간 단축 △납품대금의 현금 지급 등을 단협안에 포함시킬 태세다. 노조 문제를 이유로 협력업체에 대한 물량 감축 등의 불이익을 주지 않는다는 것도 관철시킨다는 방침이다. ◆ 난감해 하는 재계 재계는 노조가 경영진 고유의 의사결정 사항에 개입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는 입장이다. 특히 개별 기업의 단협을 사회안전망 협약 수준으로까지 '격상'시키는 것은 받아들일 수 없다고 밝히고 있다. 기업들은 오히려 노조의 경영 참여 및 사회적 책무 강화 등 '명분상의 요구'보다는 노조의 '실리적 요구'에 주목하고 있다. 경영 참여의 목적 자체가 완전 고용 보장과 임금 대폭 인상 등을 받아내기 위한 압박 수단이 아니냐는 분석이다. 자동차ㆍ조선업계가 단협 때마다 정년을 연장해 왔음에도 불구하고 기아차는 올해 정년을 만 59세까지, 한진중공업은 만 57세까지 연장토록 요구하고 있다. 장기근속자에 대한 포상 확대(대우조선해양)와 직원 신규 채용시 장기근속자 자녀 우대(기아차), 가족수당 통상급화(GM대우) 등의 요구도 명분을 앞세워 실리를 챙기겠다는 의도로 분석하고 있다. 사회공헌기금은 노조가 없는 르노삼성과 적자상태인 GM대우, 워크아웃 중인 쌍용차를 빼면 실제 적용이 가능한 사업장은 현대차 기아차 등 2곳뿐인 만큼 업계 전체의 요구사항이 될 수 없다고 보고 있다. 이심기 기자 sg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