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자칼럼> 여성과 정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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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중년 남성들의 생각은 비슷하다. 딸은 힐러리 클린턴처럼 자라면 좋겠지만 아내가 힐러리처럼 되는 건 곤란하다는 것이다. 하지만 이제 곧 그 딸들의 시대가 온다." 데이비드 거젠 하버드대 교수의 얘기다.
정도의 차이는 있을지 모르지만 국내 상황도 미국과 크게 다르지 않아 보인다.
17대 총선 결과 여성의원이 전체의 13%인 39명에 이른 것은 '암탉이 울면 집안이 망한다'는 질기고 무서운 편견이 깨졌음을 보여준다.
지역구 당선자가 10명뿐이고 비중도 스웨덴(45.3%) 덴마크(38%) 중국(21.8%) 등에 훨씬 못미치지만 15대 3%,16대 5.9%에 비하면 비약적인 발전이 아닐 수 없다.
여성의원의 급증은 우리 사회의 변화 및 변화에 대한 열망을 보여준다.
지역구 의원의 배증은 '여자가 뭘'이라거나 '여자가 여자 안찍는다'는 통념이 무너졌음을 드러냈거니와 비례대표 증가 역시 여성의 정계 진출 필요성에 대한 남녀 모두의 공감에 의해 이뤄졌다.
'여성을 국회로' 보내려는 사람들의 기대는 같다.
'부정부패의 고리에서 보다 자유롭고 따라서 청렴하겠지,지연ㆍ학연의 연고주의를 벗어나겠지,투쟁이 아닌 대화와 협력의 정치를 하겠지' 등.
여성의원들이 이런 기대를 얼마나 충족시킬지 알 수 없다.
어느 집단이건 기존의 사고와 행동을 바꾸자면 주도세력이 30%는 돼야 한다는데 여성의원은 13%에 불과한 데다 비례대표가 많은 만큼 간단하진 않을 것이다.
그렇더라도 여성의원들은 정치개혁과 사회적 소수의 의견 대변이라는 과제를 잊지 말아야 한다.
정치적 싸움이라는 게임이 아무리 힘들고 재미없어도 중간에 포기하지 않아야 자신들에게 표를 던진 이들의 소망을 실현시킬 수 있을 터이기 때문이다.
'재미있는 물리여행'의 저자 루이스 엡스타인의 말은 여성의원 모두 기억할 만하다 싶다.
"이 세상이 어떻다는 것은 어떻게 돼야 한다는 것과 별개의 것이어서 세상이 이렇다는 것보다 이렇게 돼야 한다는 것에 따라 사고하는 사람은 좌절을 맛보지 않을 수 없다." 여자들의 경우 또 적정선에서 타협하지 못해 실질적인 이익을 놓치는 일이 잦다는 조언도 명심할 일이다.
박성희 논설위원 psh77@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