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는 5~6월부터 본격화할 것으로 보이는 노동계의 임단협 투쟁이 그 어느 해보다 경제계 전반의 관심을 끌고 있다.


노동계를 지지 기반으로 하는 민노당이 4ㆍ15 총선을 통해 제3당으로 부상한 가운데 노동계가 정치투쟁의 여세를 몰아 비정규직 처우 개선 등 그동안 사용측의 반대로 미뤄진 목표들을 일거에 쟁취하기 위해 강경투쟁 노선을 선택할 경우 노사관계는 최악으로 치닫을 수밖에 없다.


이미 기아자동차등 일부 단위노조들은 올해 최대 투쟁목표로 '경영 참여 관철'을 내세우며 사측을 압박하고 있어 올해 단체협상에 먹구름을 드리우고 있다.



사용자측은 "민노당의 국회 입성으로 노동계의 요구가 국회 안에서 대화를 통해 합리적으로 바뀔 것을 기대하고 있으나 민노총과 단위노조의 최근 움직임은 기대와 동떨어진 느낌"이라며 불안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하지만 산업 현장의 실제 양상이 민노총 등이 선언한 투쟁목표처럼 극단적으로 전개되지는 않을 것이라는 분석도 많다.


지난해 주5일 근무제에 합의한 사업장이 많은 데다 비정규직 문제도 대기업 노조가 적극 개입하기에는 한계가 있기 때문이다.


작년에 민노총이 내건 비정규직 처우 개선 문제가 최대 단위노조인 현대자동차노조 조합원들에 의해 사실상 거부된 경험 등에 비춰 올해도 상급단체의 슬로건대로 현장 투쟁이 이뤄질 가능성은 낮다는 지적이다.



◆ 곳곳에 노사불안 요인


올해 노사관계를 불안하게 만들 요인은 비정규직 차별 철폐, 주5일 근무제 시행, 노조의 경영 참여 등 노사간 핵심 쟁점을 비롯해 민노당의 국회 진출 등 수두룩하다.


그 중에서도 비정규직 문제는 노사간 입장 차이가 워낙 커 올해 최대 쟁점으로 떠오를 전망이다.


민노총은 비정규직 차별 해소와 관련, 다소 비현실적이고 경영권 침해 소지가 있는 해법을 들고 나와 재계의 거센 반발을 불러일으켰다.


현대ㆍ기아ㆍGM대우·쌍용자동차 등 5개 자동차업체 노조는 지난 3월 회사별로 순이익의 5%씩을 갹출, 비정규직 문제 해결과 자동차산업 발전을 위한 노사 공동기금으로 활용하자고 제안했다.


또 민노총은 비정규직 임금격차 해소 등 처우 개선을 위해 정부와 재계가 적극 나설 것을 주문하고 있다.


노동계의 이러한 요구에 맞춰 정부는 단시간 근로자와 파견근로자 관련 법을 제정 또는 개정, 비정규직 처우를 개선해 나갈 계획이다.


그러나 재계는 노동계의 요구가 너무 비현실적이고 경영권 침해 소지가 많다며 펄쩍 뛰고 있다.


또 7월1일부터 실시되는 주5일 근무제와 관련해서도 재계와 노동계는 연월차 휴가 조정 등 단체협상 지침을 놓고 갈등을 빚고 있다.


재계는 근로기준법에 따라 월차 폐지, 생리휴가 무급화 등을 지침으로 내려보낸 반면, 노동계는 임금 저하 없는 주5일제 실시를 주장하고 있다.


경총은 "올해 임단협은 주5일제 문제와 비정규직 차별 철폐, 민노당의 의회 진출 등 여러 가지 문제가 복합적으로 작용, 예년에 비해 진통을 겪을 가능성이 높다"고 밝혔다.


여기에 기아차 노조의 경영 참여 요구와 민노당의 국회 진출 등으로 노사관계가 불안해질 것으로 재계는 우려하고 있다.



◆ 현장 강경투쟁 한계


하지만 올해 최대 이슈로 떠오르고 있는 주5일 근무제와 비정규직 문제가 생각만큼 노사관계에 영향을 미치지 않을 것이라는 시각이 많다.


노사 현장을 주도하는 강성 노조들 대부분이 이미 근로조건 저하 없는 주5일제를 관철시킨 상태이기 때문에 노사 갈등이 생각처럼 많이 일어나지 않을 것이라는 지적이다.


현대자동차 기아자동차와 한진중공업을 비롯한 금속노조 사업장 대부분이 근로자에게 유리한 조건으로 주5일 근무제를 채택, 갈등 요인을 없앤 상태다.


비정규직 문제 역시 근로자 신분상 대규모 노조 결성에 한계가 있고 노조를 만들어도 조직적인 행동이 쉽지 않은 점을 감안하면 극심한 분규로 이어지지는 않을 것이라는 분석이다.


특히 현대자동차와 현대중공업 등 대형 사업장에서 정규직과 비정규직 노동자 간에 노노 갈등이 상존하고 있어 비정규직의 단체행동이 파국으로 이어지지는 않을 것으로 노동 전문가들은 전망하고 있다.


민노당의 원내 진출도 오히려 노사 안정에 긍정적인 영향을 끼칠 것이란 분석이 많다.



윤기설 노동전문기자 upyk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