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우디는 일반인들보다는 마니아들에게 더욱 인기가 있는 차란 평가가 있다. 이런 생각을 갖고 아우디의 신차 뉴A6를 만난 곳은 밀라노 북부의 휴양지 코모(Como) 호수 인근에 있는 빌라드 에르바(Vila de Erba)라는 고성. 뉴A6의 첫 느낌은 변화였다. 차체의 디자인 자체가 기존 근육질의 딱딱한 이미지를 벗으려 한 흔적이 역력해 보였다. 아우디 특유의 다이나믹한 느낌에 곡선을 많이 집어넣어 부드러운 이미지를 주려고 한 것. 이는 살짝 치켜 올라간 듯한 숄더에서 이어져 루프의 정점에 이른 후 가파르게 후면을 향하고 있는 실루엣에서 가장 잘 나타난다. 이런 디자인은 휠베이스가 기존 모델에 비해 80mm 정도 길어지고 길이도 1백20mm 확대됐음에도 더욱 다이나믹한 느낌을 준다. 디자인에서 나타난 또다른 큰 변화는 프런트 페이스에 A8 일부 기종에만 적용했던 사다리꼴의 대형 그릴을 채택한 점이다. 이 싱글 프레임의 그릴은 아우디가 뉴A6를 기존 차종에 비해 한 단계 높은 수준으로 끌어올리려 한 흔적이 엿보인다. 닛산 출신의 아우디 수석 디자이너 사토시 와다는 뉴A6의 디자인을 한마디로 "아우디의 감성(emotion)"이란 말로 표현했다. 인테리어는 더 큰 변화를 겪었다. 마니아의 차에서 대중의 차로 변신하기 위한 아우디의 의지가 엿보이는 대목이다. 그동안 추구했던 성능의 혁신에 디자인과 편의성까지 가미했다. 전자식 주차 브레이크를 사용함으로써 핸드 브레이크 레버를 없앴다. 대신 센터 콘솔이 더 높고 넓어졌다. 그리고 그 자리에는 각종 전자식 제어장치를 한 곳에 모아놓은 조작 스위치를 위치시킴으로써 편의성을 높였다. 8기통 4.2리터 엔진에 6단 기어를 장착한 뉴A6와 함께 본격적인 시승에 나섰다. 시승 코스는 코모호를 한 바퀴 돌아 고속도로를 통해 출발지로 돌아오는 것이었다. 차는 언덕길을 오르기 시작했다. 액셀의 반응은 민감했다. 힘을 가하는 만큼,운전자의 리듬을 타고 반응한다는 표현을 하면 가까울 수 있을까. 힘껏 밟을 때 나는 엔진소리는 뉴A6의 파워 만큼이나 경쾌하게 들렸다. 핸들은 민감하다 못해 너무 가볍지 않나 하는 느낌을 줄 정도였다. 한 손가락으로 약간만 힘을 줘도 쉽게 돌릴 수 있을 만큼 가볍게 움직였다. 하지만 급한 코너에서는 스스로 중심을 잡고 있는 듯한 느낌을 줄 정도의 안정된 코너링 성능을 보여줬다. 코모호 주변 산길 도로를 빠져나와 차가 고속도로에 얹어지자 뉴A6의 성능은 더욱 빛을 발했다. 가속은 자유자재였다. 추월할 때 스포츠 모드로 기어를 바꾸고 가속을 하자 일반 드라이브 모드일 때와 확연히 구분되는 강력한 가속력이 느껴졌다. 다만 속도계가 1백20~1백30을 가리킬 때 차 뒤쪽에서 나는 듯한 미세한 소음이 귀에 거슬리는 정도 였다. 속도를 더해 계기판 바늘이 2백을 가리키자 핸들을 잡은 손에 약간의 떨림이 전달됐다. 그러면서 핸들은 스스로 안정을 잡듯 약간 딱딱하게 변화하고 있었다. 그러나 1백20~1백30일 때에 비해 별다른 차체의 떨림 등은 느껴지지 않을 정도다. 벤츠 BMW와 어깨를 나란히 하겠다며 그 대표주자로 내세운 뉴A6가 한국에서 아우디의 운명을 바꾸어 놓을 수 있을지 자못 궁금하다. 밀라노=김용준 기자 juny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