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의 LCD TV는 국내보다 해외에서 인기가 더 높다. 특히 유럽시장에서는 지난해 24만7천대가 팔려 샤프, 필립스를 멀찌감치 따돌리고 판매순위 1위에 올랐다. 북미시장에서도 11만9천대를 팔아 2위를 차지했다. 특히 40인치는 올들어 물건이 달릴 정도다. 지난 2002년 12월에 출시된 이 40인치 LCD TV는 VIP센터를 거쳐간 대표적인 프로젝트다. 영상디스플레이사업부 안윤순 수석연구원은 같은 해 7월부터 4개월간 팀장으로 이 프로젝트에 참여했다. "가치혁신(VI) 개념을 접하기 전에는 무조건 경쟁사보다 더 큰 LCD TV를 개발하는 데만 신경썼습니다. 기술적인 과시에 치중하는 경우가 많았죠." 안 수석연구원은 "VI를 알면서 사소한 부분이라도 고객의 입장에서 생각하게 됐다"며 "기술에 집착하는 엔지니어적 시각에서 탈피하는 계기였다"고 강조했다. 그는 고객을 고려한 대표적 예로 TV화면 아래 위치한 LED 램프를 들었다. 전원상태 등을 표시해 주는 LED 램프는 소형 TV에서는 쓸모가 있지만 TV 크기가 커지면서 시청거리도 같이 멀어져 유용성이 떨어졌다. 프로젝트팀은 LED 램프 대신 멀리서도 TV화면으로 작동상태를 한 눈에 파악할 수 있는 화면문자표시(OSD) 기능을 추가했다. 작은 부분이지만 고객의 입장에서 생각하지 않았다면 쉽게 지나쳤을 아이템이라는 게 안 수석연구원의 설명이다. "프로젝트 수행 당시 4개월간 VIP센터에서 숙식을 해결했습니다. 외출은 토요일 저녁에 집에 잠깐 들러 일주일치 갈아 입을 옷을 가져오는게 전부였습니다." 프로젝트에 대한 경영진의 관심도 매우 높았다. 당시 삼성전자 사장으로 재직했던 진대제 정보통신부 장관과 사업부장이었던 최지성 디지털미디어 총괄사장이 일요일에 예고없이 방문하는 경우가 자주 있었다고.안 수석연구원은 "40인치 LCD TV가 세계시장을 휩쓸고 있으니 고생한 보람이 있다"며 웃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