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고려고등학교 3학년인 정민채군(18)은 19일 밤 자율학습을 마치고 집에 돌아오자 PC앞에 앉았다.


어머니가 낮에 교육방송(EBS)의 인터넷 수능강의 전용사이트인 EBSi(www.ebsi.co.kr)에서 내려받아둔 '7차언어 유형으로 시작하기(언어영역ㆍ고급)'를 보고난 정군은 이번엔 EBSi에 직접 접속해 '1등급 수능어휘 특강(외국어영역ㆍ고급)'을 스트리밍 방식으로 본 뒤 새벽 1시께 잠이 들었다.


지난해까지 수업이 끝나면 중계동 학원가에서 밤 12시까지 수강하고 집에 왔던 정군은 EBS 수능강의가 시작되자 이처럼 공부 방법을 크게 바꿨다.


EBS 수능강의에서 수능시험 문제를 내겠다는 교육인적자원부의 발표 때문이다.



4월1일 막을 올린 EBS 수능 방송과 인터넷 강의가 인기를 끌고 있다.


수능 강의는 시작된지 3일만에 고3학생의 4명중 3명이 강의를 접했고(EBS 설문조사) EBSi는 회원이 70만명에 육박하고 있다.


이같은 인기의 비결은 EBS가 수능출제기관인 한국교육과정평가원과 협조체제를 만들고 강남학원의 스타강사, 수능 출제위원 출신의 학교 교사들로 '드림팀'을 구성해 모든 과목에 대해 수준별 강의를 제공하는 데다 무엇보다도 강의 내용이 올 수능에 반영될 예정이기 때문이다.


또 연간 13조원에 달하는 사교육비를 줄이고 PC, TV 등 수능관련 제품들의 판매도 늘고 있어 내수 진작효과도 큰 것으로 예상된다.



<> 폭발하는 수강 열기 =EBSi의 회원 가입자는 지난 13일 60만명을 넘어섰다.


개통일인 1일 오후 10만명, 2일 오전 20만명, 4일 오후 30만명, 5일 오전 40만명을 각각 넘어선데 이어 7일 자정 50만명을 돌파했고 13일 60만명을 넘어섰다.


회원은 고3 중심의 학생이 85% 정도이고 나머지는 재수생 등 일반인과 학부모 등으로 파악됐다.


교육부는 중3생 및 고1~3년생, 재수생 등 2백50만명중 최대 1백50만명이 회원으로 가입하고 이 중 1백만명 정도가 꾸준히 접속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강의의 수준에 대해서도 "들을 만하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특히 지방에선 '환영'의 목소리가 높다.


상대적으로 사교육 혜택을 받을 수 없었던 학생들이 '스타강사'가 진행하는 '수준별 보충수업'을 들을 수 있게 됐기 때문.


경상북도 오지에 위치한 영양고 김인규 교감은 "영양에는 학원이 없기 때문에 학생들의 학원수강이 현실적으로 불가능한 상태여서 교육방송이 큰 인기를 얻고 있다"고 전했다.



<> 수능 연계가 비결 =EBS 강의와 수능 출제를 연계한다는 교육부의 복안이 인기의 원천이다.


수능 출제를 맡은 한국교육과정평가원과 EBS는 강의 기획단계부터 협조체제를 갖추고 있다.


평가원은 EBS 교재가 교육과정에 적합한지 검토하며 프로그램 제작에도 자문위원으로 참여하고 있다.


특히 평가원은 수능 출제시 출제위원이 참고할 수 있도록 EBS 교재를 제공할 방침이다.


정강정 평가원장은 "단적으로 말하면 출제위원들이 EBS 교재와 다른 참고서 등 수백권을 갖고 (합숙에) 들어가는데 그 용도는 완전히 다르다"고 말했다.


즉 다른 참고서는 유사문제를 배제하기 위해 보지만 EBS 교재는 출제에 반영하기 위해서란 뜻.


안병영 교육부총리도 "시험이 끝나고 결과를 보면 알 것"이라고 여러차례 밝혔다.



<> 1조원 넘는 내수 효과 기대 =경제적 파급효과도 크다.


침체돼 있던 PC 및 TV시장이 EBS 수능방송을 계기로 활기를 찾고 있다.


케이블ㆍ위성방송 서비스 가입률도 높아지고 있다.


LG경제연구원은 EBS 수능강의가 전자기기 수요를 촉진시켜 올해 약 9천5백억~1조2천억원대의 내수시장 순증효과를 가져올 것으로 전망했다.


배수한 책임연구원은 "학부모의 교육열을 감안할 때 수능강의 특수는 침체된 내수를 촉발시킬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수능강의 특수는 올해뿐 아니라 향후 2~3년간 매년 3천6백억~4천3백억원대의 내수시장 순증가 효과가 나타날 전망이다.



김현석 기자 realis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