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정부가 위안화의 달러페그제(고정환율제)를 연내에 대폭 개혁할 방침임을 시사해 주목되고 있다. 중국 중앙은행인 인민은행의 저우 샤오촨 총재는 18일 관영 중국중앙TV에 출연,"시장주도의 위안화 거래시스템(market-driven trading system for the renminbi)의 도입이 최우선 과제(a task of top priority)"라고 밝혔다. 이는 중국이 지난 1997년부터 위안화 가치를 달러당 8.28위안에 고정시켜온 달러페그제를 이르면 올해 안에 완화하거나 폐지할 수도 있다는 뜻이다. ◆중국,연내 환율제도 개혁가능성=저우 총재의 이날 발언은 지금까지 중국 정부가 밝혀온 환율입장과는 상당히 다르다. 그동안 원자바오 총리와 황쥐 부총리 등 중국 최고위 관리들은 미국 등 외부의 위안화 평가절상 압력에 대해 "위안화 환율을 안정적이고 합리적인 수준으로 유지해 나가겠다"며 위안화의 연내 평가절상은 없을 것이라고 거듭 확인했다. 이와 함께 페그제 철폐가 3~5년 후의 장기적인 과제임을 분명히 했다. 그러나 저우 총재가 이날 시장환율제 도입을 최우선 과제로 지목함으로써 올해 안에라도 평가절상 및 페그제 폐지 가능성이 높아졌다. 이에 따라 위안화 선물가격(12개월물)은 19일 홍콩역외선물환시장에서 지난 주말의 3천1백50에서 3천4백으로 급등했다. 이는 위안화가 내년 이맘때 지금보다 3.4% 오른 달러당 7.937위안에 거래된다는 뜻이다. 이와 관련,로이터통신은 "저우 총재의 이같은 발언은 앞으로 1년 내에 중국 환율제도가 획기적으로 변경될 수 있음을 의미한다"고 지적했다. ◆다시 거세진 미국의 절상압력=다른 고위 관리들처럼 그동안 '안정적이고 합리적인 환율'을 고집해온 저우 총재가 연내 환율제도 개혁을 시사한 것은 미국의 압력 때문이다. 한동안 뜸하던 미국의 위안화 평가절상 압력은 최근 다시 강해지고 있다. 존 스노 미 재무장관은 지난 주말 "오는 23~24일의 선진 7개국(G7) 재무장관회담에서 환율이 시장의 힘에 의해 결정돼야 한다는 점을 강조할 계획"이라며 중국 정부에 페그제를 폐지하라고 촉구했다. 스노 장관이 위안화 평가절상 및 페그제 폐지를 다시 들고 나온 것은 지난 2월 초 G7회담 이후 2개월여 만이다. 앞서 지난 14일 중국을 방문한 딕 체니 미 부통령도 중국 지도부에게 위안화 평가절상을 직접 요구했다. 그는 후진타오 중국 국가주석과의 회담에서 "미국의 대중 무역적자가 지난해 1천2백50억달러로 사상 최대에 달한 것은 중국의 인위적인 위안화 저평가정책 탓"이라며 연내 평가절상을 주문했다. 이정훈 기자 leehoo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