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수 지시로 대출 연대보증 임원에 부실책임 못 묻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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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순영 전 신동아그룹 회장의 지시에 따라 계열사간 대출의 연대보증을 선 전직 신동아그룹 임원에 대해 법원이 대출 부실에 따른 책임을 물을 수 없다는 판결을 내렸다.
이번 판결은 그동안 그룹 총수의 지시에 의해 계열사 임원이 연대보증을 서왔던 기업의 대출 관행에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서울고등법원 민사3부(재판장 최은수 부장판사)는 19일 대한생명이 신동아그룹 8개 계열사 전직 임원 10명을 상대로 "IMF 외환위기 시절 빌려준 대출금에 대한 연대보증 책임을 지라"며 낸 26억1천2백만원의 보증채무금 청구소송에서 원심을 깨고 원고패소 판결했다.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당시 대출은 신동아건설 등이 채무 압박을 받아 그룹 계열사의 연쇄부도가 우려되자 그룹의 실질적 운영자였던 최순영 회장이 계열사 대출 형식을 빌려 신동아건설 등에 우회적으로 자금지원을 한 것일 뿐 실질적으로 이들 회사에 대출한 것은 아니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따라서 당시 원고와 신동아그룹 계열사간의 대출 계약은 무효"라고 판시했다.
재판부는 또 "피고들은 최 회장의 지시에 따라 형식을 갖추기 위해 연대보증한 것에 불과하므로 책임을 물을 수 없다"며 "피고들이 최 회장의 이같은 배임행위에 가담했다고 볼 수도 없다"고 덧붙였다.
지난 97년말 외환위기 등으로 금융기관들이 국제결제은행(BIS) 기준을 맞추기 위해 신동아건설 등에 대해 채무상환을 요구하자 최 회장은 대한생명이 계열사들에 자금을 대출해 주면 계열사들이 이 돈으로 신동아건설 등의 증자주식을 인수하는 방식으로 총 1조2천9백90억여원을 지원했다.
그러나 대출금은 대부분 상환되지 못했으며 이에 따라 대출을 한 대한생명은 지난 2001년 연대보증을 선 신동아그룹 임원들을 상대로 보증채무금 청구소송을 냈고 1심 재판부는 대한생명의 손을 들어줬다.
강동균 기자 kd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