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장병 환자들이 병을 치료하는데 조금이라도 부담을 덜어주고 싶었습니다. 연간 2만여명의 환자들이 국산 스텐트의 혜택을 보게 될 것입니다." 최근 순수 국내기술로 관상동맥 치료용 스텐트를 개발, 상품화한 세브란스 심장혈관병원 장양수 교수(46)는 스텐트 연구에만 10년 이상 몰두해왔다. 스텐트는 좁아진 심장혈관 내에 삽입돼 혈관을 확장시킨 상태로 고정해주는 전문의료기구로 국내에서는 지금까지 개당 2백50만원에 전량 수입돼 왔다. 장 교수는 수입품에 비해 성능이 우수하면서도 가격은 절반 정도인 국산 스텐트를 국산화해 공급에 나선 것이다. 장 교수는 "국내 스텐트 시장은 연간 4백억원에 이른다"며 "이번 국산화로 외화 절감에도 크게 기여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장 교수는 미국 유학시절부터 스텐트 연구를 시작했다. 연세대 의대에서 박사학위를 받은 그는 93년 심장병치료 분야에서 세계적 귄위를 자랑하는 미국 클리블랜드 클리닉으로 유학을 떠났다. 그는 세계 각국에서 생산된 스텐트의 효율을 검증하는 연구를 하면서 한국산 스텐트 개발의 필요성을 절감했다. 장 교수는 지난 97년 귀국, 연세대 의대 교수로 재직하면서 스텐트 국산화에 본격 나섰다. 그는 연구에 들어간 지 1년여 만에 수입품에 비해 유연성이 높아 굴곡이 심한 혈관에도 쉽게 들어갈 수 있는 스텐트를 고안해냈다. 그러나 문제는 레이저 가공기술이었다. 스텐트를 가공하려면 40나노미터 이하의 가는 레이저를 사용해야 하는데 국내 기술로는 1백나노미터 정도가 한계였다. 그래서 레이저 공학의 대가로 평가받고 있던 연세대 김도훈 교수에게 도움을 청했다. 스텐트 개발의 필요성을 공감한 김 교수가 20나노미터의 레이저 가공기를 개발, 스텐트를 정밀가공할 수 있는 기반을 제공했다. 장 교수는 김 교수와 힘을 합쳐 2001년에 자체 기술로 스텐트를 선보이게 됐다. 이번에 개발된 스텐트는 임상시험 결과 재협착률이 14%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장 교수는 지난해 식품의약품안정청(KFDA)으로부터 제조허가를 받아 상품화에 몰두한 끝에 '휴메드코어 스텐트'를 내놨다. 관련 기술에 대해 국내는 물론 미국 일본에서도 특허를 획득했으며 ISO 국제 규격 인증도 땄다. 장 교수는 "의학과 공학이 한데 어우러져 나온 결과"라며 "독일에서 기술이전을 요청할 정도로 기술력이 뛰어나다"고 설명했다. 장 교수는 현재 혈관 내에서 세포증식을 막는 약물을 방출해 혈관이 다시 좁아지는 것을 막는 '약물방출 스텐트'를 개발하고 있다. 그는 "스텐트 분야에서 유일하게 남은 목표는 약물방출 스텐트 개발"이라며 "앞으로 줄기세포를 이용해 심장질환을 치료하는 연구를 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임도원 기자 van7691@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