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사람씩 치료하는 것보다는 한번에 모든 환자를 치료하는 방법을 찾는 게 효과적이라고 판단했습니다." 최근 건강한 혈관을 생성하는 단백질을 세계 최초로 개발해 학계의 주목을 받고 있는 고규영 한국과학기술원(KAIST) 생명과학과 교수(47)는 의과대학을 나온 후 의사의 길을 접고 기초과학 분야인 생명과학 연구에 몰두하게 된 이유를 이같이 설명했다. 고 교수는 전북대 의대에서 박사 학위를 받은 후 포항공대 생명과학과 부교수를 거쳐 현재 KAIST에서 생명과학과 교수로 일하고 있다. 이처럼 다양한 경력을 거치면서 그는 임상의학과 기초과학 분야에서 실력을 쌓았다. 임상과 기초과학 두 분야에 정통한 과학자로 손꼽히고 있다. 그는 요즘 의학과 기초과학 사이의 기술적 '갭'(Gap)을 어떻게 하면 메울 수 있을지에 관심을 쏟고 있다. 의사와 과학자를 연결하는 징검다리 역할을 다하겠다는 것이다. "국내에는 의사와 과학자를 기술적인 측면에서 연결시켜 주는 전문 인력이 거의 없습니다. 의학과 기초과학 연구가 별개로 진행되다 보니 우수한 연구성과가 나와도 의학에 접목시키기 힘들고 과학자들도 어떠한 기술이 필요한지 제대로 알 수 없게되는 것이지요." 고 교수는 "외국에서는 의학과 기초과학 모두를 아는 전문 인력들이 의사와 과학자 사이에서 조정자 역할을 하는 것을 쉽게 찾아볼 수 있다"며 "우리나라도 보다 효율적으로 신약이나 치료법을 개발하기 위해서는 이 같은 전문 인력 양성에 적극 나서야 한다"고 강조했다. 의과대 출신의 연구원 즉 '연구원 의사'가 보다 많이 배출돼야 한다는 것이다. 고 교수는 이처럼 의사와 과학자 사이의 기술 중개자 역할을 수행하며 지난 수년 동안 혈관 생성 단백질 연구에 전념해 왔다. 그가 개발한 단백질은 건강한 혈관을 안정적으로 생성하고 혈관 내피세포 손상을 막아주는 것으로 각종 혈관계 질환 치료에 크게 기여할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그는 이 기술의 상용화 계획에 대해 "단백질 대량생산에 성공했으며 동물실험도 성공적으로 끝냈다"며 "조만간 전임상 실험에 착수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앞으로도 혈관 생성 단백질 연구에만 전념할 생각입니다. 그것만으로도 시간이 부족합니다." 고 교수는 "이제 기본적인 연구만 마쳤기 때문에 다양한 혈관계 질환에 대한 응용연구를 하는 데 많은 시간이 소요될 것"이라며 "앞으로도 의학과 기초과학 지식을 활용해 뛰어난 연구성과를 내도록 힘쓰겠다"고 말했다. 장원락 기자 wrj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