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구왕국 이탈리아'도 옛말 .. 밀라노 가구박람회 결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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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4일부터 19일까지 이탈리아 밀라노에서 열린 '2004년 밀라노 가구박람회'는 세계 1위 가구수출국 이탈리아의 면모를 유감없이 보여준 전시회였다.
이탈리아는 연간 약 1백30억달러의 가구를 수출,전세계 가구수출의 16.5%를 차지하고 있다.
1천9백여 참가업체 중 이탈리아업체가 85%를 차지한 이번 전시회는 세계 67개국에서 약 20만명의 가구업계 관계자들이 참관,성황을 이뤘다.
그러나 이탈리아 가구산업의 속내는 박람회의 외양만큼 밝지 못했다.
유로화 상승 등으로 인한 수출 부진,중국 등 신흥강국의 도전,내수침체와 생산비 상승 등 안팎으로 거센 도전을 맞고 있기 때문이다.
밀라노가구박람회를 주관하는 이탈리아가구연합회의 파올로 롬바르디 사무총장은 "이탈리아 가구업체들은 이라크전쟁과 사스 발발 등이 겹치면서 지난해부터 더욱 힘든 시기를 보내고 있다"며 "그러나 구조조정 등을 통해 내실을 다지고 있어 외부 악재들만 걷히면 다시 고성장세를 누릴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세계 최강'도 위기=지난해 1월부터 10월까지 이탈리아 가구 수출액은 91억유로(약 1백9억달러)로 2002년 같은 기간에 비해 7.8% 줄었다.
주요 수출대상국인 미국(-16.8%)과 독일(-15.6%)의 수출감소가 결정적인 원인이었다.
지난해 1∼9월 전체 가구산업 매출액은 전년 동기 대비 1.4% 감소한 반면 생산비용은 1.0% 상승했다.
가구연합회 주관 박람회 운영업체인 코스밋의 로사리아 메시나 사장은 "시장침체로 업체들이 생산비 상승을 제품가격에 반영하지 못해 수익구조가 악화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구조조정으로 불황 타개=롬바르디 사무총장은 "이탈리아 정부와 가구연합회는 업체들의 경쟁력을 높이기 위해 2∼3년 전부터 업체간 인수합병(M&A),동유럽과 동남아로의 생산기지 이전 등을 적극 지원하고 있다"고 말했다.
인수합병 등의 여파로 이탈리아 내 가구점포수는 2001년 약 2만개에서 지금은 1만7천여개로 15%가량 감소했다.
특히 소기업 직영 판매점들이 급격히 줄었다.
또 이탈리아업체들이 현지에 투자해 생산한 가구들이 역수입되면서 폴란드 루마니아 인도네시아 제품들의 수입도 급증하고 있다.
메시나 사장은 "올 들어 가구소품과 부엌용·사무용 가구 중심으로 해외주문이 크게 늘고 있다"며 "경영환경은 어렵지만 이탈리아는 디자인과 신소재 개발 등에서 세계 최고의 경쟁력을 지니고 있고 원가절감 노력도 이뤄지고 있어 가구산업의 미래는 낙관적"이라고 말했다.
밀라노(이탈리아)=송태형 기자 toughlb@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