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책연구기관인 한국개발연구원(KDI)이 20일 올해 경제 성장률 전망치를 당초 5.3%에서 5.5%로 상향 조정한 것은 지난 8일 금융통화위원회가 끝난 뒤 박승 한은 총재가 최고 6%의 성장 전망을 제시한 것과 일맥상통한다고 할 수 있다. 그러나 상향폭이 크지 않은데다 관심이 집중되고 있는 내수나 투자 전망치는 오히려 내려잡아 올 한해도 국민들의 체감경기가 기대했던 것 만큼 풀리지 않을 수 있음을 시사하고 있다. ◆ 올해도 수출이 성장 주도..내수.투자 회복은 미진 KDI는 이날 발표한 '1.4분기 경제전망'에서 올해 성장률 전망치를 올려잡은 것과는 달리 민간소비와 설비투자 예상 증가율은 지난해 4.4분기 제시했던 각각 4.5%,9.8%에서 3.2%, 8.5%로 낮췄다. 이에 비해 수출물량 증가율은 당초 예상치 11.8%보다 대폭 높아진 16.6%로 잡았고 경상수지 흑자 예상폭도 74억 달러에서 166억 달러로 2배 이상 대폭 올렸다. 물론 민간소비 및 설비투자 전망치가 하향 조정됐다해도 마이너스를 기록했던 지난해에 비하면 상당한 개선으로 볼 수 있지만 지난해 경기침체로 소비 및 투자가 크게 위축됐던 점을 감안하면 단순한 수치상 증가율은 자칫 '눈속임 효과'를 가져올 공산이 크다. KDI도 "최근 경기회복세는 당분간 지속될 가능성이 높지만 도.소매 판매와 설비투자는 재작년 수준에 미치지 못하고 서비스업 회복도 지연되고 있다"고 밝히고 "수출호조가 내수회복으로 확산되도록 정책적 노력을 경주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한 마디로 올 한해도 자칫하면 서민생활과는 무관한 '수출주도형 성장'에 목을 매는 한 해가 될 것임을 예고하는 것으로 해석될 수 있는 대목이다. ◆ 인플레 대비 권고 주목.."부양 필요성 줄어" KDI의 수정 경제전망에서 주목되는 부분중 하나는 올해 소비자물가 상승률을 당초 2.8%에서 3.1%로 높이면서 "인플레이션 가능성에 대한 관심을 점차 증가시켜나가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권고하고 나선 대목이다. 연초부터 이어지는 유가와 원자재의 고공행진에 따른 필연적 결과라고 볼 수 있지만 정부가 "물가는 문제없다"는 주장을 반복하는 상황에서 국책 연구기관으로서는 비교적 강도높은 지적을 내놓은 것으로 받아들여질 수 있기 때문이다. 인플레 가능성을 염두에 둔 듯 정부가 경기회복에 지나친 조급증을 내 무리한 부양책을 펼칠 가능성에 대한 조심스런 '경고'도 제기됐다. KDI는 "수출 활황으로 경제전반의 총수요는 회복되고 있어 부양정책 필요성은 축소된 것으로 보인다"고 견해를 밝히면서 "예상과 달리 내수회복 조짐이 보이지 않으면 정부의 재정정책 노력이 확대될 수 있지만 잦은 추경은 재정지출의 효율성 검토를 어렵게 한다"며 정치권 중심의 추경 가능성 제기에 부정적 입장을 내비쳤다. 통화정책 측면에서도 KDI는 "과잉해석하지 말아줄 것"을 요청하기는 했지만 "금리정책은 내수부양 등 특정 목적보다는 경제 전반의 총수요와 평균적 물가상황을 감안해 결정해야 한다"고 지적, 무리한 부양보다는 금리인상 등 인플레 대응책을 마련해야 할 시점임을 강력히 시사했다. ◆ "GDP 6%선 경상수지, 균형 아니다" 다소 강도가 낮아지기는 했지만 수출을 염두에 둔 정부의 원화가치 저평가 전략에 대한 KDI의 지적은 지난해 4.4분기 전망에 이어 이번에도 이어졌다. KDI의 조동철 거시경제팀장은 "경상수지 흑자는 한없이 커질 수 없다"고 전제한뒤 "국내총생산(GDP) 6%의 경상수지 흑자폭을 균형상황이라고 볼 수 없으며 수출과 내수의 괴리를 확대시키지 않도록 하는 정책은 환율과 연결돼 있다"고 지적했다. KDI는 특히 "거시경제에 영향을 주는 환율은 원/달러 환율 등 특정 명목환율이 아니라 다수 교역상대국과의 환율을 가중 평균한 실질 실효환율"임을 상기시키고 "주요 통화간 환율이 변하면 시장의 '가격발견기능'에 의해 실질 실효환율이 안정되도록 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며 정부의 잦은 시장개입에 우회적으로 문제를 제기했다. ◆ 고용 개선추세..'고용없는 성장'아니다 KDI는 '일자리 창출'과 관련해서는 비교적 긍정적 전망을 제시하는 한편 최근 우려가 높아지고 있는 '고용없는 성장'에 대해서는 부정적 입장을 제시했다. KDI는 보고서를 통해 "지난해 생산단위당 취업자수는 큰 변화가 없었던 반면 생산량의 감소가 취업자수 증가율 하락을 가져온 것으로 나타났다"고 밝히고 "지난해 고용감소는 산업의 고용흡수력 감소라는 구조적 요인보다 소비침체 등 경기변동 요인에 주로 기인한 것"이라고 진단했다. KDI는 따라서 "경기회복이 광범위한 고용창출로 연결될 수 있도록 고용 및 임금결정 관행의 불필요한 경직성을 제거하는 정책적 노력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서울=연합뉴스) 김종수 기자 jsking@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