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 한국판 에디슨을 원한다면 .. 申芳雄 <충북대 총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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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68년 4월21일 제정된 '과학의 날'이 서른여섯 돌을 맞았다.
올해도 정부와 과학기술 단체들은 과학축제 연극 영화 이벤트 등 다양한 프로그램을 마련,과학의 중요성에 대한 국민들의 이해를 돕고 기념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부존자원이 취약한 우리 나라는 과학기술 발전과 근로자들의 땀으로 괄목할 만한 경제성장을 이루어 왔다.
60년대부터 정부는 과학기술에 대한 투자를 아끼지 않았고 경제발전의 원동력으로 삼았다.
이에 따라 장래가 보장되는 과학기술자에 대한 국민들의 기대와 신뢰도 높았다.
이공계 학과가 대학입시에서 선호됐고 어린이들은 에디슨이나 아인슈타인과 같은 훌륭한 과학자가 돼 노벨상을 타는 꿈을 꾸었다.
이런 꿈과 정책은 60년대 중반 1백여달러에 불과하던 1인당 GNP를 1만달러로 높이고 세계 12대 무역국으로 우뚝 설 수 있게 했다.
그런데 오늘날 과학기술에 대한 사회적 인식은 어떠한가.
우리 사회는 화려한 정치무대 뒤에서 묵묵히 과학을 연구하거나 생산기술을 개발하는 일을 더 이상 최고로 대우하지 않는다.
학생들은 이공계 진학을 꺼리고 보상도 충분하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상대적으로 고소득이 보장되는 변호사나 의사,시선을 한 몸에 받으며 화려하게 돋보이는 연예인이 청소년들이 꿈꾸는 직업으로 변했다.
이 결과 이공계 대학은 낮은 취업률,우수 신입생 부족,심지어는 정원 미달 사태에 시달리고 있다.
A대학의 이공계와 B대학의 의과대,C대학의 한의과에 중복 합격한 경우 거의 모든 학생들은 A대학보다는 B대학이나 C대학을 선택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유명 이공계 대학에 재학하고 있는 학생들조차 의대나 한의대를 가기 위해 재수를 선택하는 경우가 적지 않고 심지어 석·박사 학위를 취득한 고급 인력마저 이 대열에 참여하는 기현상이 일어나고 있다.
다른 분야가 중요하지 않다는 말은 아니다.
모든 사람은 자신의 적성에 맞는 분야를 선택하고 직업을 찾아야 한다.
본인의 적성과 관련이 적은 고시를 준비하거나 재수를 한다는 사실은 향후 우리 산업계의 균형발전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
이런 현실은 더 이상 우리의 미래를 보장해 주지 않는다.
이공계 기피 현상은 불과 10년내 인력수급 불균형을 초래해 동북아 경제중심국가 건설과 1인당 GNP 2만달러 달성을 어렵게 할 것이다.
80년대 미국과 유럽에서도 과학기술 분야 기피 현상이 사회문제가 됐던 때가 있었다.
그러나 그들은 과학기술 진흥을 위해 각 분야에 적극적인 지원을 아끼지 않았다.
과학기술인을 관련 분야 정부 부처와 기업의 고급 간부로 대거 발탁해 중요 정책결정에 참여시킴으로써 경제활성화에 기여했다.
정부가 뒤늦게나마 과학기술의 중요성을 인식,일부 정부 부처에 과학기술인을 장관으로 임명하고 과학기술 예산을 8% 증액하는 등 과학기술 진흥 정책을 추진하고 있어 다행스럽다.
'이공계 전공자 채용 목표제'를 도입하고 이공계 석·박사 일자리를 1만개 이상 창출하며,'사이언스 코리아 국민운동' 캠페인을 벌여 한국인 우주인을 배출하는 한편 노벨과학상 꿈나무에 대한 영재교육을 하겠다는 계획도 나왔다.
그러나 한 국가의 과학기술 발전은 지도자 한 사람이나 효율성을 목표로 하는 정부의 단기적 정책만으로 달성되는 것은 아니며 국민의 의식구조를 개선하는 교육과 인식이 확산돼야 가능하다.
무엇보다 사회적으로 과학기술을 중시하고 기술자를 우대하는 풍토 조성이 필요하다.
이와 함께 정부의 과학정책 결정에도 유능한 과학기술인이 적극 참여해 나가야 한다.
에디슨과 같은 유능한 한 과학자에 의해 세상에 많은 변화를 가져올 수 있듯이 자라나는 많은 젊은 과학도들이 과학기술을 통해 마음껏 자신의 기량을 펼칠 수 있고 보람을 느낄 수 있도록 국가와 사회가 풍토를 만들어 주어야 한다.
수많은 학생들이 열심히 자기가 좋아하는 분야에 종사하면 언젠가는 최고가 되고 세계적인 과학자로 성장할 수 있다는 희망과 꿈을 키워주는 교육과 사회 분위기를 조성한다면 과학 분야의 미래는 밝아질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