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니터 부품을 만드는 디스플로이스의 박상효 사장은 지난 연초 완제품업체가 부도를 내는 바람에 납품할 곳을 잃어버려 회사를 매각하기로 결심했다. 그는 서울 역삼동에 있는 M&A부티크(인수합병 알선업체)를 찾아 갔다. 박 사장은 "15억원에 매각할 작정인데 인수할 기업을 소개해달라"고 요청했다. 그러자 부티크의 M&A 담당자는 어이없다는 표정을 지었다.자산 15억원짜리 기업의 경우 M&A 착수금이 기껏해야 5백만원에 불과한데 그 돈으로 어떻게 복잡한 절차를 대행해 주겠느냐는 것이었다.적어도 거래금액이 1백억원은 넘어야 착수할 수 있다고 했다. 박 사장처럼 개발해놓은 첨단기술을 버리기 아까워 M&A 할 업체를 찾아나섰다가 실패한 중소기업은 지난 한해 동안 약 1천여개사에 이른다. 이들이 실패한 까닭은 기업규모가 너무 작아 M&A 알선업체들이 아예 대상으로 삼으려 하지 않기 때문이다. 또 코스닥업체가 아니고서는 기업가치평가를 제대로 할 수 없어 M&A가 거의 불가능했던 것이다. 그러나 이같은 문제가 21일부터 풀리게 됐다. 정부가 벤처기업육성특별법을 개정,이날부터 시행에 들어가면서 소규모 기업끼리 손쉽게 M&A를 할 수 있도록 했다. 특히 소규모 기업의 M&A를 촉진시키기 위해 이들 기업의 인수합병을 알선하는 M&A부티크에 대해선 건당 5백만원씩 지원해주기로 했다. 이같은 대책이 마련되자 중기청 M&A지원센터를 비롯 기술거래소 등에 거래금액 2억∼10억원정도의 소규모 기업들의 매물이 쏟아지고 있다. 그러나 문제는 매각하겠다는 기업은 줄을 섰는데 인수하겠다는 기업은 거의 나타나지 않고 있는 것이다.이런 상황에선 매물이 아무리 쏟아져도 M&A는 성사될 수 없다.따라서 정부가 M&A 알선지원액을 건당 적어도 2천만원씩은 지원해줘야 한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한다. 그래야만 부티크에서 직접 인수업체를 찾아나설 수 있다는 것이다. 아울러 정부는 우량기업도 M&A시장에 참여토록 독려해야 할 것이다. 그래야 M&A시장에 외국인투자자들이 몰려 한국의 M&A시장이 활성화될 수 있다고 확신한다. 이치구 중소기업 전문기자 rh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