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DI 정책제언 뭘 담고 있나] "인플레 선제 대응…금리 등 재검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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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출 위주의 성장을 구가하고 있는 한국 경제에 여기저기서 경고음이 들려오고 있다.
한국개발연구원(KDI)은 20일 발표한 '2004년 1분기 경제전망 보고서'에서 올해 경제성장률이 수출 호조로 당초 예상보다 높아지겠지만 투자 부진과 내수 위축 등으로 인플레 가능성과 기업 부실 확대 등의 부작용이 심각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세계은행은 이날 발표한 '글로벌 개발ㆍ금융 보고서'에서 개도국들이 선진국 금리인상에 대비해야 한다는 점을 강조했다.
◆ 비정상적 경상흑자로 인플레 압력 가능성
KDI는 보고서에서 수출 급증과 내수회복 지연으로 경상수지 흑자(국내생산-국내수요) 규모가 GDP의 6%에 달하는 등 비정상적인 상황이 빚어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지난해 GDP(6천52억달러ㆍ월평균 5백4억달러)에 비해 올 1,2월의 월평균 흑자(27억달러) 규모가 너무 크다는 것.
조동철 KDI 거시경제팀장은 "경상흑자의 정상적 수준은 GDP의 3% 수준"이라며 "과다한 경상수지 흑자는 국제원자재 가격 상승과 함께 인플레 요인이 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따라서 수출 성장세 유지를 위한 외환시장 개입을 자제하고 인플레 가능성에 대비해 장기적인 금리정책 등을 고려할 필요가 있다는 게 KDI의 권고다.
◆ 중소기업 구조조정 시급하다
수출생산 현장의 아랫목 경기가 민간소비 등 윗목으로 연결되지 못하면서 기업부실 문제도 불거지고 있다.
민간 소비가 줄면서 중소기업 대출 부실문제가 가시화되고 있는 것.
KDI는 지난 2년간 연평균 36조원의 자금이 중소기업에 대출됐으나 소비 부진으로 이중 2.71%(지난해 3분기 기준)가 연체돼 있다며 중소기업 구조조정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문제는 경기회복세를 탄 세계적인 금리 인상 조짐이다.
가뜩이나 한계선상에 있는 기업들에 금리인상은 직격탄이 될 것이기 때문이다.
세계은행도 이날 개도국들이 단기자금 조달을 자제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KDI는 금융회사들이 적극적인 대손충당금 적립과 대손상각에 나서도록 감독 당국이 감독ㆍ검사를 강화해야 하며 회생 가능성이 있는 기업에 대해서는 구조조정도 서두르도록 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 올해도 수출 날고, 내수ㆍ투자는 긴다
KDI는 이날 올해 수출 증가율(물량 기준) 예상치를 작년 말 전망치(11.8%)보다 대폭 높아진 16.6%로 올려 잡았다.
경상수지 흑자 예상폭도 74억달러에서 1백66억달러로 두 배 이상 높였다.
세계 경제 회복과 중국 경제의 호황 덕분이다.
취업자수 등 고용지표도 개선되는 등 경기회복이 지속되고 있다는 분석이다.
그러나 수출 호황이 내수로 연결되기는 여전히 어려워 보인다는게 KDI의 전망이다.
KDI는 민간소비와 설비투자 증가율을 지난해 4분기 제시했던 4.5%와 9.8%보다 떨어진 3.2%와 8.5%로 각각 낮춰 잡았다.
보고서는 "최근의 경기 회복세는 당분간 지속될 가능성이 높지만 도ㆍ소매 판매와 설비투자는 재작년 수준에 미치지 못하고 서비스업 회복도 지연되고 있다"며 "수출 호조가 내수회복으로 확산되도록 정책적 노력을 경주해야 한다"고 권고했다.
박수진 기자 parksj@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