폴란드 수학자인 제이콥 브로노브스키(1908∼74)는 '과학과 인간의 가치'(1956)에서 이렇게 말했다. "인간은 자연을 힘이 아니라 이해로 지배해왔다. 이것이 마술이 실패한 지점에서 과학이 승리한 이유다. 마술은 자연에 걸린 주문을 찾아낼 수 없기 때문이다." 브로노브스키의 말처럼 인류는 유사 이래 과학을 통해 자연을 이해함으로써 그 속에 감춰진 주문을 풀어왔다. 동서 무역을 가능하게 한 것은 바람을 거슬러 움직일 수 있는 삼각돛 발명 덕이었고,맬서스의 예측과 달리 인류가 굶어죽지 않은 것 또한 비료와 유전과학 개발에 의한 식량 증산 덕이었다. 독일과 일본이 전후 급속하게 재기할 수 있었던 것은 전쟁 수행을 위해 들인 과학기술 투자 덕이고 오늘날 미국의 힘 또한 냉전시대 군사력 경쟁을 위한 과학기술 개발과 무관하지 않다고 한다. 구체적인 사례를 더 나열할 필요 없이 과학기술은 오늘날 국가경쟁력을 좌우한다. 경제 발전,오염 해결,인간다운 삶 모두 과학기술 없이는 불가능하다. 세계가 과학기술 개발을 둘러싼 무한경쟁에 휩싸여 있는 마당에 유독 국내에선 젊은층의 이공계 기피 현상이 심각,고등학교 이과반 38명 중 36명이 의대를 지원하는 기현상이 벌어지고 있다. 과학 발전 없이 국가 발전이 가능할 턱 없고,국가 발전 없이 의사의 안정된 생활도 보장될 리 없건만 좀체 달라질 기미를 보이지 않는다. 과학기술의 중요성에 대한 일반의 관심을 증진시키기 위해 한국경제신문의 '스트롱 코리아'를 비롯한 이공계 살리기 운동이 펼쳐지는 가운데 정부가 제37회 과학의 날(21일)을 맞아 '사이언스 코리아'를 선포하기로 했다는 소식이다. 그러나 과학의 대중화 및 발전은 구호나 이벤트로 되는 일이 아니다. 기초과학 없이 기술이나 공학은 없다. 유전공학은 멘델의 식물유전에 관한 연구,수력 발전은 마이클 패러데이의 전기를 일으키는 자석의 힘에 대한 발견 없이 안되는 일이었다. 국가경쟁력을 증진시키자면 응용과학과 마찬가지로 기초과학 전공자들에 대한 조명과 배려도 있어야 한다. 순수과학.기술.공학 모두를 살리지 못하는 한 국민소득 2만달러는 요원하다. 박성희 논설위원 psh77@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