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재 등 각종 재해 증가로 장애인 수는 빠르게 증가하고 있지만 장애인 고용은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다. 대부분의 기업들이 장애인은 정상인에 비해 생산성이 낮을 것으로 생각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실제 현장을 나가보면 장애인을 고용해 오히려 생산성이 높아진 기업들을 쉽게 발견할 수 있다. 4월 장애인주간을 맞아 '장애인은 신(新)노동력'이라는 주제로 장애인 고용실태, 생산성 문제 등을 짚어본다. < 편집자 주 > ------------------------------------------------------------------------- 19일 오후3시 서울 상봉동에 위치한 비옷 제조업체인 태광산업. 비옷에 단추를 박는 기계음이 작업장에 울려퍼진다. 20여명의 근로자들은 서로를 격려하며 작업에 속도를 붙인다. 우의업체의 성수기인 장마철이 다가오면서 일감이 크게 늘어나 근로자들의 손길도 함께 바빠진다. 얼핏 보면 여느 공장과 다른 점이 전혀 없지만 자세히 보면 상당수 근로자들의 몸놀림이 정상인과는 다르다는 것을 발견하게 된다. 이들 근로자들은 정신지체 청각 언어 등의 장애를 갖고 있는 것. 이들의 손놀림이 정상인에 못지않아 쉽게 눈치채지 못했던 것뿐이다. "장애우를 고용하기 시작한 후 매년 20%씩 생산성이 늘어 현재 연간 매출이 10억원에 이르렀습니다." 태광산업의 주재헌 사장(41)은 "장애우들은 이직률이 낮아 인력관리를 안정적으로 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한번 배우면 숙련도도 매우 높다"고 설명했다. 장애 정도에 따라 철저히 업무를 분담해 효율성을 극대화할 수 있었다는게 주 사장의 설명이다. 정신지체 2급인 장재호씨(26)나 염동화씨(25)는 생산품을 운반하는 일을 주로 맡는다. 고난이도의 기계작업을 할 만큼 지능이 발달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대신 기계 작업은 지체장애 3급인 김영호씨(36)나 지체장애 4급인 이달순씨(44)의 몫이다. 이 회사가 장애인 근로자를 고용하기 시작한 것은 지난 2000년. 주 사장은 서부장애인복지관 직원의 부탁으로 정신지체 2급인 장애인 한명을 데려다 일을 시켜 보기로 했다. 일을 배우는데 6개월 정도의 시간이 걸렸지만 일단 일이 익숙해지자 한 사람 몫의 일을 거뜬히 해냈다. 생산성도 정상인의 40~50% 수준에 달했다. 현재 이 회사의 전체 근로자 1백명중 20명이 장애인이다. 주 사장은 "정부에서 장애우 한명 당 50만원 상당의 보조금을 지급하는데 이를 감안하면 생산성 손실분을 커버할 수 있다"고 말했다. 또 "청각장애자는 정상인과 거의 비슷한 수준으로 일할 수 있어 채용시 기업주에게 유리한 점이 많다"고 덧붙였다. 이곳의 근로자들도 자신들을 업무능력으로 평가해 달라고 입을 모은다. 연탄가스 중독 사고로 뇌신경 일부가 파괴돼 정기적으로 신경안정제를 먹어야 하는 정신지체 3급 김인철씨(43)는 "장애우도 일을 잘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고 싶다"며 "장애우들이 일을 잘한다고 생각하는 사장님들이 많아져 더 많이 채용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송형석 기자 clic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