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유통 혁명] 보험ㆍ은행업무 한방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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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상품의 유통구조가 '확' 바뀌고 있다.
금융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는 채널도 '진화'하고 있다.
이제는 더 이상 보험 상품에 가입하기 위해 보험사를 찾을 필요가 없다.
은행 창구를 방문할 이유도 없어졌다.
모바일 뱅킹으로 은행이 '손바닥 속'으로 들어왔다.
TV를 통해서도 은행 업무를 처리할 수 있게 됐다.
TV홈쇼핑을 이용하면 안방에서 보험 가입이 가능하다.
중견 기업에 다니는 이승민 과장(35)의 하루 일과를 통해 '업그레이드'된 금융 유통과 서비스 이용 방법을 알아본다.
자동차보험은 인터넷으로
지난 20일 오후.
결혼 3년 만에 드디어 내 차를 구입한 이 과장은 들뜬 맘으로 인터넷에 접속한다.
오는 주말, 새 차를 타고 아내와 함께 주말 나들이를 떠나기 전 자동차보험에 가입하기 위해서다.
인터넷으로 여러 온라인 보험사의 보험료를 뽑아 본 후 이 과장은 A사에 가입키로 결정했다.
이 과장이 온라인 보험사를 선택한 이유는 저렴한 보험료 때문.
꼼꼼히 보험료를 따져본 결과 설계사를 통해 가입하는 것보다 보험료가 10%가량 싸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회사에서 간단한 클릭 몇 번만으로 10만원 이상을 절약했다.
휴대폰으로 쏜다
퇴근 후 집으로 향하는 버스 안에서 졸고 있던 이 과장의 휴대폰이 요란하게 울려댄다.
고향에 있는 큰 형의 전화다.
"내일이 어머니 생신인데 알고 있니?"
'아차. 깜빡했다.'
급한 마음에 선물 대신 '현찰 박치기'를 택하기로 결정했다.
전화를 끊자마자 휴대폰의 금융거래 버튼을 꾹 누른다.
지난달 새로 장만한 '모바일 뱅킹 전용 휴대폰'이 위력을 발휘하는 순간이다.
달리는 버스 안에서 부모님 계좌로 돈을 입금하는 데 걸린 시간은 1분 남짓.
입력 버튼을 3∼4번 누르는 것만으로 계좌이체가 끝났다.
이체에 드는 비용도 저렴했다.
데이터 이용수수료는 월 8백원.
자금이체 수수료는 건당 5백원에 불과하다.
은행 창구에 가서 돈을 보낼 때보다 1천원 이상을 아낀 셈이다.
똑똑해진 ATM
버스에서 막 내리려는 순간, 휴대폰 문자 메시지가 도착했다는 신호음이 울렸다.
일단 차에서 내린 후 메시지를 들여다 본 이 과장은 자신의 눈을 의심했다.
'이승민 고객님. XX카드 결제금 7만8천8백30원 연체하셨습니다.'
'아니 어찌된 일인가. 내 사전에 연체란 없는데….'
순간 2개월 전쯤의 일이 머리 속을 스치고 지나갔다.
패밀리 레스토랑에서 가족들과 외식을 한 후 'XX카드로 결제하면 20% 할인해 준다'는 말에 평소 사용하지 않던 카드를 긁었다.
'장식용 카드'라서 당연히 통장 속의 잔고는 비어 있었고, 이는 곧 '연체'로 연결됐다.
평소 '신용은 돈'이라고 믿어 왔던 이 과장.
'단 하루를 살아도 연체 없이 살겠다'는 마음으로 은행 점포를 향한다.
영업시간은 끝났지만 은행에는 ATM이 있었다.
ATM에 카드결제 대금을 입금한 후 '청구 연체대금 결제' 버튼을 누르니 곧바로 결제됐다.
연체로 인한 카드 정지도 ATM을 통해 간단히 해결했다.
홈쇼핑에서 보험 산다
저녁식사를 끝낸 이 과장은 아내와 함께 'TV 삼매경'에 빠져들었다.
뉴스에 이어 드라마 시청까지 마친 부부는 채널 주도권을 놓고 가벼운 실랑이를 벌였다.
결국 승리한 쪽은 아내.
평소 '홈쇼핑 초기 중독증'을 보여 왔던 아내는 리모컨을 잡자마자 홈쇼핑 채널을 숙달된 솜씨로 찾아냈다.
'홈쇼핑=사치상품 판매소'라는 고정관념을 갖고 있었던 이 과장은 화면을 보는 순간 깜짝 놀랐다.
쇼핑 호스트가 '보험상품'을 팔고 있는게 아닌가.
미모의 쇼핑 호스트는 화려한 말솜씨로 보험 상품을 한 시간가량 설명했다.
평소 보험 상품은 어렵고 복잡하다고 생각했는데 쇼핑 호스트의 설명을 들으니 상품구조가 머리 속에 팍팍 들어왔다.
'이해'는 '구매 의욕'을 불태웠다.
보험료가 10% 정도 싸다는 점도 마음에 들었다.
전화기를 들고 상담 예약을 신청하니 3∼4일 이내에 보험사 직원이 직접 방문하겠다는 친절한 응답이 돌아왔다.
금융환경이, 금융유통 채널이 철저히 소비자 위주로 바뀌고 있는 것이다.
어찌 이를 도외시하고 과거의 어렵고 비싸기만한 채널에 매달려 있을 것인가.
최철규 기자 gra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