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인사동 갤러리상에서 개인전을 갖고 있는 이상원 화백(69)의 대표작 '동해인' 시리즈에선 항상 노인이 주인공이다. 주름이 깊게 팬 80∼90세 노인 모습에는 삶의 본질을 꿰뚫는 리얼리티가 담겨 있다. 이번에 선보이는 신작에서도 동해의 늙은 어부들의 다양한 모습이 등장하는데 대작의 경우 인물이 콜라주 방식으로 중첩돼 있는 게 특징이다. 이 화백은 장지에 수묵과 오일을 사용하지만 오일로 그리는 리얼리즘 회화에서 보기 힘든 담백함과 강렬한 이미지를 드러낸다. 어촌의 그물과 어구를 형상화한 '연(連)' 시리즈는 인간사에 내재한 다양한 관계와 사건을 암시한다. 그물의 부분을 확대 묘사한 화면에는 극한의 긴장과 부드러운 이완이 동시에 존재한다. 이씨는 특이한 이력을 갖고 있는 작가다. 극장 간판이나 초상화를 그리는 상업미술에 매달리다가 40세의 늦깎이로 화단에 뛰어들어 작품성을 인정받았다. 노산 이은상 선생의 요청으로 제작한 안중근 의사의 영정이 그의 작품이다. 전업작가로 활동하면서 1999년에는 동양인으론 최초로 국립러시아뮤지엄에서,2001년에는 상하이미술관에서 각각 초대전을 가졌다. 그는 또 자신의 작품을 팔지 않는 작가로 유명하다. 5월16일까지.(02)730-0030 이성구 미술전문기자 sk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