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진표ㆍ최경환ㆍ단병호 의원당선자 좌담회] '좌담회를 마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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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 당선자는 모두 초선이지만 이미 뉴스의 중심에 있어 왔던 거물들이다.
투사 단병호 위원장도 그렇지만 지난 1년여 동안 정부 경제팀을 이끌어왔던 열린우리당의 김진표 전 부총리는 초선이라는 표현이 쑥스러울 정도다.
최경환 한나라당 당선자는 대구ㆍ경북지역을 통틀어 최다 득표를 했고 참여정부의 친노정책을 끌어왔던 권기홍 전 노동부 장관(열린당 후보)을 제압하면서 중앙 정치무대에 화려하게 진출한 40대 경제전문가다.
이날 토론회가 혹시 당선자들의 덕담으로만 채워지지 않을까 우려도 했으나 전적으로 기우였다.
한치 양보도 없는 논전이 이어졌고 토론장은 금세 후끈 달아올랐다.
사회자가 자주 논쟁을 뜯어 말려야 했지만 사회자의 말이 번번이 무시될 정도로 분위기가 뜨거웠다.
"아니 내말 끝까지 들어보세요" "잠깐만, 잠깐만!"이라며 서로가 의자를 당기며 언어의 날을 세웠다.
그 세운 날들이 부딪치는 소리가 요란했다.
김 당선자와 최 당선자가 화끈하게 맞붙으면 단 전 위원장은 '이 사람들 좀 봐. 아직도 정신 못차렸어'하는 표정을 지었다.
단 당선자는 "우리가 의석을 좀 더 얻었어야 두 당이 안 싸울텐데, 벌써부터 걱정된다"고 말해 폭소를 자아내기도 했다.
주제에 따라 공수가 엇갈렸고 동맹군이 바뀌었다.
17대 국회를 미리보는 듯한 양상.
"경제가 왜 이렇게 어려워졌느냐"는 사회자의 질문에 최경환 당선자는 "바로 정부·여당이 엉망으로 만들지 않았습니까"라며 지난 1년동안 경제부총리를 지낸 김 당선자에게 직격탄을 날리는 것으로 말문을 열었다.
"탄핵을 풀어 경제가 살아나도록 협력하자"는 김 당선자의 말이 끝나기도 전에 "아니 탄핵 때문에 경제가 안됩니까. 1년 내내 대선자금이다 뭐다 해서 기업인들 소환해대니 누가 일하고, 누가 투자합니까"라는 최 당선자의 반격이 즉각 튀어나왔다.
"아니 그렇다면 한나라당은 불법 자금문제를 두루뭉실하게 넘어가자는 겁니까"
이번에는 단병호 당선자가 말을 자르고 들어왔다.
토론은 순식간에 한 시간을 보냈고 두 시간을 훌쩍 뛰어넘었다.
그대로 두면 식사를 들여오고 밤이라도 새워야 할 분위기.그러나 역시 말로써 하는 정치였다.
논쟁으로 시작한 토론회는 그러나 "잘해봅시다" "우리 한번 열심히 해봅시다"라는 덕담으로 끝을 맺었다.
대담을 끝내고 봄 꽃이 흐드러진 정원에서 손을 맞잡은 세 당선자의 표정이 좋아보였다.
정규재 < 부국장 jkj@hankyung.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