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규수업 전(0교시)과 오후 10시 이후의 야간자율학습(야자)을 '지양'한다." 교육현장을 책임진 전국 시도교육감협의회가 20일 오전에 내놓은 보도자료의 핵심 내용이다. 얼핏 보면 교육인적자원부가 강조해온 '0교시,오후 10시 이후 자율학습 엄금'과 비슷하지만 자세히 보면 이를 어겨도 묵과할 수 있다는 의미가 숨어있는 발표문이었다. 협의회에서 일부 지방 교육감은 "서울 수도권과 달리 학교 외에는 공부할 곳이 마땅찮은 지방의 경우 강제로 학교에서 쫓아내면 아이들이 갈 곳이 없다"고 주장한 것으로 알려졌다. 교육감협의회는 이런 사정을 감안,'금지'대신 '지양'이라고 표현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보도자료 발표 직후 비난 여론이 들끓기 시작했다. 지방의 일선 학교들은 "도대체 0교시나 오후 10시 이후 자율학습을 하라는 것인지 말라는 것인지 알 수가 없다"며 불만을 토로했다. 전교조도 즉시 반박 자료를 내고 "자율학습을 해도 그만 안해도 그만이란 식의 내용은 일선 학교에 전혀 도움이 안된다"고 꼬집었다. 상황이 이렇게 돌아가자 교육감협의회는 오후 5시께 추가 자료를 냈다. "정규수업 전 0교시와 오후 7시 이후의 보충수업은 금지하고 오후 10시 이후의 자율학습은 지양한다"는 것이 새로 나온 자료의 핵심. 0교시와 오후 7시 이후의 보충수업은 교육부 방침처럼 '금지'하지만 오후 10시 이후의 자율학습은 교육부 방침과 달리 '눈치껏' 할 수도 있게 하겠다는 것이다. 이번 방안은 교육부 방침을 '대놓고' 거스르기 어려운 교육감들이 지방현실을 고려해 내놓은 '고육지책'이라는 것은 이해는 간다. 그러나 실제론 혼란만 부추기게 되는 '동상이몽'식 방침을 일방적으로 발표하기 보다는 사전에 교육부와 충분한 협의를 거쳐 조율된 정책을 내놓는 것이 좀 더 '교육적'이지 않았을까. 송형석 사회부 기자 clic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