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해 11월 불법체류 외국인 근로자에 대한 일제 단속이 실시되면서 외국인 근로자들의 고용이 힘들어져 중소기업들의 인력확보에 비상이 걸렸다. 외국인 근로자의 임금도 큰 폭으로 올라 중소기업들을 더욱 괴롭히고 있다. 이에 따라 이들 중소기업들이 눈을 돌린 곳이 장애인 고용. 외국인 근로자에 비해 생산성은 다소 떨어지지만 인력관리비용 등을 감안하면 장점도 적지 않기 때문이다. 경기도 일산에 위치한 T상사는 외국인 근로자 대신 장애인을 고용해 성공한 대표적 케이스. 분전반(일명 두꺼비집)을 생산하는 T상사는 일산구 구산동에 위치한 중소기업 단지에 자리잡고 있다. 이 단지에서 일하는 전체 근로자의 90% 이상이 외국인이다. T상사도 반년 전까지는 이 공단의 여느 기업과 마찬가지로 외국인 근로자만으로 공장을 꾸려나갔다. 하지만 지난해 10월 장애인 근로자를 처음 고용한 이후 전체 생산 근로자 24명중 절반이 넘는 14명을 장애인으로 대체했다. 이 회사에서 장애인 근로자들을 관리 감독하고 있는 박시철 과장(53)은 "장애인의 경우 업무의 숙련도가 높아 불량품이 적고 이직률도 매우 낮다"며 "특히 자신이 물건을 만들 수 있다는 자신감에 외국인 근로자보다 훨씬 열심히 일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장애인 노동자가 일단 일에 숙달되면 외국인 근로자를 비롯한 일반 노동자의 60∼70%의 생산성을 낸다"며 "똑같이 1백만원선의 임금을 지급하지만 장애인을 고용했을 경우 정부 보조금이 30만~60만원선에 달해 이를 합산하면 장애인을 고용하는 쪽이 이득이 된다"고 설명했다. 박 과장 역시 하루 4번씩 투석을 받아야 하는 만성신부전증 '장애인'이다. 박 과장은 서울 시청 전기기술 공무원으로 20년간 근무하다 신부전증이 심해져 회사를 그만두게 됐다. 박 과장은 "업무 도중 재해를 입은 장애인들은 이전 직장에서 쌓은 노하우를 고스란히 가지고 있다"며 "업무능력을 살릴 수 있는 직장에 재취업할 경우 비장애인 이상의 생산성을 발휘할 수 있다"고 말했다. 장애인 고용 반년째. T상사에도 장애인 고용의 원칙이 생겼다. 일반인과 비교해 50% 이상의 생산성을 낼 수 있는 장애인 노동자만을 고용한다는 것. 실제로 T상사에 고용된 장애인들은 양손을 사용할 수 있으며 뇌병변을 앓지 않은 사람으로 국한된다. 회사는 장애인 노동자를 야근에서 제외시키는 것 외에 일반 근로자들과 똑같은 대우를 하고 있다. T상사는 장애인 고용으로 인력의 안정성이 확보되자 사업을 확장하기로 했다. 오는 5월 제1공장에서 2㎞ 떨어진 곳에 제2공장을 설립할 예정이다. 새 공장은 생산직 근로자 전원이 장애인 노동자들로 구성될 예정이다. 송형석 기자 clic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