효성의 움직임이 수상하다. 매물로 나온 온갖 기업인수합병(M&A)건에 '효성'이란 이름이 빠짐없이 등장하고 있어서다. 효성의 사정권 안에 들어온 M&A 물건은 대우종합기계과 오리온전기. 최근에는 하이닉스반도체의 시스템IC(비메모리)사업부문에도 효성이 '침바르기'를 시작했다. 재계에서는 효성의 이 같은 움직임에 대해 몇 년간 신성장엔진 모색에 뚜렷한 결과물을 내놓지 못한 효성이 M&A를 통해 돌파구를 마련하려는 게 아니냐는 관측이 조심스럽게 나돌고 있다. ◆하이닉스 시스템IC에도 관심 효성은 최근 대우종합기계 인수전에 뛰어든데 이어 조석래 회장이 유기EL생산업체인 오리온전기의 구미공장을 직접 방문,오리온전기 인수를 통한 유기EL(OLED)사업 진출의 뜻을 내비쳤다. 효성은 오리온전기 인수에 대해 구체적인 진행사항이 없다고 공시했지만 코오롱 SKC 등 경쟁사들이 이미 유기EL사업에 진출했다는 점을 감안할 때 관심도는 상당해 보인다. 효성은 또 최근 미국 씨티그룹과의 매각협상이 결렬된 하이닉스반도체의 시스템IC부문에 관심을 갖기 시작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미 효성 최고경영진은 전문가들로부터 하이닉스 비메모리부문 인수의 타당성에 대한 브리핑을 받은 것으로 확인됐다. ◆섬유만으로 성장 한계 효성은 이에 대해 "대우종합기계 인수전에 뛰어든 것은 사실이지만 하이닉스 비메모리부문이나 오리온전기 인수는 추진하고 있지 않다"고 밝혔다. 매각 당사자 쪽이 인수를 요청해 브리핑은 받아봤지만 인수전에 뛰어들 정도로 구체적인 계획이 서있는 것은 아니라는 설명이다. 효성 관계자는 "타이어코드 스판덱스 등 세계점유율 1,2위를 차지하고 있는 기존의 핵심역량을 강화하는 게 급선무"라며 "중국 등 새로운 지역에 대한 투자를 늘릴 뿐 M&A까지 생각할 여력이 없다"고 말했다. 그러나 효성그룹의 매출 가운데 40% 이상이 섬유 관련사업에서 나온다는 점을 감안할 때 새로운 성장엔진 확보를 위해서는 M&A 외에 다른 선택의 여지가 없다는 게 재계의 분석이다. 실제로 효성은 수년 전부터 신성장사업을 발굴해 왔지만 이렇다할 소득을 거두지 못했다. 증권사의 한 애널리스트는 "효성은 섬유관련 기술 외에 특별한 기술을 보유하고 있지 않아 신성장사업 모색에 상당한 어려움이 있는 게 사실"이라며 "사업과 기술을 패키지로 확보할 수 있는 M&A가 효성의 유일한 돌파구가 될 것"이라고 진단했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효성의 M&A 시도에 다소 회의적인 반응도 있다. 그동안 수없이 많은 M&A 경쟁에 이름이 오르내렸지만 성공을 거둔 사례가 거의 없었기 때문이다. '돌다리도 두들겨보고 안 건넌다'는 효성이 이번엔 성장의 기틀을 마련하기 위해 M&A전에 적극 뛰어들지 업계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유창재 기자 yoocoo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