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일 訪中 3박4일 결산] 核관련 '대담한 제안' 여부 관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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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과 후진타오 국가주석 겸 당 총서기가 북핵문제의 평화적 해결을 위해 6자회담을 지속해 나가기로 합의한 것은 북ㆍ미 군사적 충돌이라는 최악의 시나리오를 피할 장치를 마련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당장 6월말 이전에 열기로 한 3차 6자회담 조기 개최에 가속도가 붙게 됐다.
특히 원자바오 총리가 김 위원장에게 "중국 기업들이 북한과 상호 윈윈할 수 있는 다양한 형태의 협력에 적극 나서도록 하겠다"고 약속함으로써 북ㆍ중간 경협 확대를 지렛대로 한 북한의 개혁개방 속도도 빨라질 것임을 예고했다.
중국은 특히 북한의 경제건설을 지지하며 무상원조를 제공하겠다는 뜻도 밝혔다.
김 위원장은 지난해 출범한 새 지도부와의 연쇄 회담을 통해 양국간의 우호관계 증진을 확인하는 성과도 거둔 것으로 보인다.
김 위원장이 6자회담의 중재국인 중국의 최고지도자에게 "인내심 있고 유연한 자세로 계속 6자회담에 적극 참여하고 회담의 진전을 위해 스스로 공헌하겠다"고 발언한 것은 적지 않은 의미가 있다는게 베이징 외교가의 분석이다.
베이징 외교가 일각에서 제기한 김 위원장의 북핵문제 해결에 대한 '대담한 제안'이 있었는지는 확인되지 않고 있지만 파국을 막을 수 있는 장치를 마련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는 것이다.
김 위원장이 북핵문제의 평화적 해결 의지를 분명히 밝힌 것은 이 문제가 경제난 타개와 개혁개방 가속화를 가로막는 최대 걸림돌이라는 현실 인식에 따른 것으로 보인다.
중국은 이에 대해 경협 확대를 약속하는 식으로 화답했다.
구체적인 경협내용이 공개되지는 않았지만 국경지역에 인접한 북한의 경제특구 개발과 중국 동북 3성 개조사업의 연계, 중국식 농촌 개혁 도입 등이 골자가 될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김 위원장이 귀국 직전 전격 방문한 톈진시는 외자기업이 밀집한 경제기술개발구가 있는 데다 인민은행 총재 출신인 다이샹룽 시장이 지난해 초 취임한 이후 금융도시로도 거듭나고 있다.
경제기술개발구에는 모토로라 삼성전자 등 글로벌 5백대기업 39개사가 투자하는 등 외자기업만 3천6백79개사에 달하고, 투자금액이 1백11억6천만달러에 이르고 있다.
북한이 외자 유치를 통한 경제개혁에 관심을 두고 있음을 보여준다.
톈진시는 지난해 96년 이래 가장 높은 14.5%의 경제성장률을 기록했다.
이와 함께 박봉주 북한 총리 일행이 방문한 한춘허(韓村河)는 개혁개방 이후 1인당 농민 소득이 1백50배로 뛸 만큼 모범적인 농촌마을로 북한의 농촌 개혁 의지를 엿볼 수 있다고 소식통들은 분석했다.
김 위원장은 "농업과 도시 건설 등의 여러 방면에서 서로 배워야 한다"고 강조하기도 했다.
김 위원장 방중 이후 북한 개혁은 물론 남북관계에서도 획기적인 조치들이 이뤄졌던 전례에 비추어 이번에도 '중대 발표'가 있을 것으로 관측되고 있다.
실제 2000년 5월 방중 직후 남북 정상회담이 이뤄졌고, 이듬해 상하이 순방 뒤 2002년 신의주특구 지정, 금강산-개성 공업지구 지정 등이 발표됐었다.
북핵문제의 평화적 해결 돌파구를 마련한 북한이 금명간 발표할 중대 조치에 세계가 주목하고 있다.
베이징=오광진 특파원 kjo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