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hkim@dwe.co.kr 수출입국의 구호가 요란하던 1970년대 뉴욕주재원으로 근무하던 시절, 경험 많은 한 유태인 무역업자로부터 들은 얘기다. 자기는 국제시세가 1백50달러인 상품을 한국에서는 업체들간의 과당경쟁 덕분에 1백달러에도 구입할 수 있는데, 그러고도 더 싸게 팔겠다는 사람이 나타나지 않을까 해서 김포공항에서 출국하기 전 꼭 뒤를 돌아본다는 것이다. 반면 일본에서는 같은 상품을 1백55달러에 간신히 구입해 하네다공항을 도망치듯 빠져나간다고 했다. 그러면서 한국사람들이 제살깎기식 과당경쟁을 그치지 않는 한 해외비즈니스에서 성공하기 힘들 것이라는 충고도 빠뜨리지 않았다. 부끄러운 지적이었지만, 실제로 그후 우리가 세계시장에서 입찰경쟁을 벌일 때 가장 힘든 상대는 외국업체가 아닌 한국의 경쟁업체임을 뼈저리게 느꼈다. 돈 버는 게 목적인지 수주 그 자체가 목적인지 모를 정도의 과도한 덤핑경쟁은 결국 부실공사, 불량제품으로 이어져 더 큰 손실을 초래하는 악순환을 부를 뿐이다. 과거 중동 건설 붐이 한창일 때 우리나라 해외건설의 금자탑이라 일컬어지는 사우디의 한 항만공사가 9억달러 규모였는데 우리나라 기업이 단돈 3억달러에 수주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선진국에서는 생각조차 할 수 없는 덤핑 공사다. 이 공사는 수주기업이 재벌그룹으로 성장하는 기초가 됐다는 평을 받았지만, 해외건설의 과당경쟁을 유발해 결국 회사를 부실의 늪으로 빠뜨린 '눈물의 씨앗'이 됐다고 필자는 생각한다. 그후 정부는 과당경쟁을 막기 위해 특정국가에 대한 진출 회사를 제한하게 됐다. 그러나 리비아 대수로 공사의 경우 D건설이 60억달러 이상에 낙찰받을 수 있었으나, 진출자격이 없던 모 건설사가 공사에 필요한 콘크리트 파이프 공장을 건설한다는 명분으로 우회진출, 34억달러에 가로챈 역사를 필자는 현장에서 지켜보며 통한의 눈물을 삼킨 적도 있다. 이제 우리 기업들의 무대는 세계시장이며, 우리 기업끼리 경쟁하는 일이 허다하다. 선의의 경쟁이야 장려할 일이지만 무리한 출혈경쟁은 멈춰야 한다. 차별화, 고급화, 낮은 AS비용 등 비가격 요소까지 감안해 경쟁하고 우리제품을 싸구려가 아닌 명품으로 평가받아야 한다. 과당경쟁의 수혜자는 과연 누구며, 결국 무엇을 위한 비즈니스를 해야 하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