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오일뱅크는 가장 효율적으로 장애인 인력을 활용하는 기업중 하나다. 이른바 3D직종으로 일반인들의 기피현상이 심해지면서 주유 도우미와 세차 도우미를 구하기 힘들다는 일선 주유소들의 민원이 비등하자 이를 해결하기 위해 장애인 고용에 눈을 돌렸다. 오일뱅크는 2002년 11월 장애인 고용 전담팀을 구성하고 주유소 직원들의 직무 분석을 실시, 장애인에게 적합한 교육프로그램을 자체 개발했다. 장애 정도가 경미한 장애인들이 주로 맡는 주유도우미의 경우 4주간의 교육을, 중증 장애인이 담당하는 세차 도우미의 경우 넉달의 교육을 받은 후 현장에 투입된다. 현재 이 교육프로그램을 이수하고 현장에서 일하는 장애인은 모두 10명. 교육 중에 있는 장애인은 8명이다. 기존 주유소에서 자체적으로 고용하고 있는 장애인 근로자 15명을 합하면 현재 30여명의 직원이 장애인인 셈이다. 오일뱅크 인사관리팀의 정재복 과장은 "사전에 교육프로그램을 통해 철저히 교육을 시키기 때문에 장애인들의 업무 수행능력에 만족하고 있다"며 "연말까지 교육프로그램을 이수한 장애인 40명을 추가로 고용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이 회사의 장애인 고용률은 올해 3%를 넘을 전망이다. 교보생명도 지난해부터 장애인 근로자를 고용하기 시작했다. 처음 장애인을 고용한 계기는 '기업도 사회를 위해 공헌해야 한다'는 신창재 회장의 경영철학 때문이었다. 하지만 고용한 장애인들의 업무실적이 비장애인을 능가하는 경우도 많아 생산성 향상을 위해서라도 장애인 고용을 확대해야 한다는 쪽으로 생각이 바뀌었다. 현재 교보생명은 콜센터 안내직원으로 30명, IT분야에 2명의 장애인을 각각 고용하고 있다. 교보생명 인사팀의 조현진 대리는 "콜센터에 근무하는 장애인 직원의 업무능력에 대해 항의를 받은 적이 없다"며 "앞으로 보험금 지급심사팀같은 전문분야에도 장애인 고용을 확대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주요 기업들의 장애인 고용에 대한 생각은 점차 나아지고 있다. 온라인 리크루팅 업체인 잡코리아가 1백98개사를 대상으로 최근 실시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올해 장애인 채용을 진행했거나 계획 중인 기업은 19.2%로 지난해(17.7%)보다 1.5%포인트 증가했다. 지난해 장애인을 채용했던 기업(35개 업체)을 대상으로 장애인 직원의 직무수행 능력 만족도를 조사한 결과에서도 '만족한다'와 '아주 만족한다'고 대답한 기업이 56.3%에 달해 '만족하지 못한다'는 응답(8.6%)보다 훨씬 높았다. 한신대 재활학과 변경희 교수는 "최근에는 대기업들도 제대로 교육을 받은 '준비된' 장애인이라면 고용하지 않을 이유가 없다는 입장"이라며 "장애인 직무교육 프로그램이 다양해지고 있는 만큼 대기업들의 장애인 고용률은 갈수록 높아지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송형석 기자 clic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