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영화] 30일 개봉 '붉은 다리 아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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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인간들은 다 병자야.진실한 욕망을 야만시하지.…욕망에 충실한 게 진짜 삶일세.자넨 '졸'로 살았어.'말'이나 '상'이 돼 보라구.멋지게 살아봐."
거지 노인 타로가 실직한 중년 가장 요스케(야쿠쇼 코지)에게 건넨 이 말은 요스케의 남은 삶을 암시한다.
이마무라 쇼헤이 감독의 판타지 드라마 '붉은 다리 아래 따뜻한 물'은 금기시돼 온 인간의 욕정에 대한 찬사다.
팔순의 거장 감독은 단순한 삶이야말로 진정한 보람임을 마술적 리얼리즘 형식으로 보여준다.
실직의 절망에서 요스케를 구원한 여인 사에코(시미즈 미사)는 동화 같은 상상으로 빚어낸 기이한 캐릭터다.
그녀는 성욕이 끓어오를 때 몸에 물이 차오르고 섹스를 통해 이를 배출시켜야만 한다.
그녀의 몸에서 나온 물이 붉은 다리 아래 하천으로 흘러들면 물고기들이 모여들고 낚시꾼들은 풍어 축제를 벌이게 된다.
사에코에게 섹스는 단순한 쾌락의 도구가 아니라 생존의 수단이다.
그녀가 본능적으로 살아갈 때 자신뿐 아니라 마을 사람들에게도 풍요로움이 찾아든다.
몸의 이상 징후를 알리는 그녀의 신호에 따라 요스케가 거침없이 달려오는 행위가 반복되고 있는 것은 대단히 상징적이다.
그가 일상에서 보여주는 소심하고 겸손한 태도와 대립적인 의미로 본능적인 삶에 들어가기 위한 시도다.
그는 도시에서 기업체의 영업직원으로 살아 왔지만 해고 통지와 함께 아내의 이혼 요구를 받는다.
그에게 도시생활은 질서정연하면서도 절망스러운 반면 사에코가 사는 벽촌 해안의 삶은 무질서인 듯싶지만 희망적이다.
문명에 대한 강력한 비판이 깃들어 있는 구도다.
문명의 아들이던 요스케를 끌어들여 삶을 바꾸는 사에코는 자연의 딸이다.
'살의''돼지와 군함' 등의 작품에서와 마찬가지로 이마무라 감독은 이번에도 여성을 강한 생존에너지를 지닌 존재로 그려냈다.
30일 개봉,18세 이상.
유재혁 기자 yooj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