짐 칸탈루포 맥도날드 회장 겸 최고경영자(CEO)가 심장발작으로 병원에 실려간 것은 20일 새벽 4시였다. 그리고 1시간도 채 안돼 사망했다. 맥도날드는 이사들에게 즉각 비보를 전한 후 오전 7시 화상회의를 열고 사장겸 COO(최고운영책임자)였던 찰리 벨을 CEO로 선임했다.전광석화 같았다. 투자자들이나 직원들은 안도의 숨을 쉬었다.CEO 후보였던 벨 사장을 멈칫거리지 않고 선임함으로써 경영권에 공백이 생길 틈을 주지 않았기 때문이다. 칸탈루포 회장의 사망과 후임자 선임은 미국 재계에 경영권 승계라는 미묘한 숙제를 다시한번 심각하게 생각하도록 만들고 있다. 미국의 언론들도 칸탈루포 회장의 사망보다 번개같은 경영권 승계 작업에 관심을 더 기울였다. 맥도날드 이사회가 벨을 차기 CEO로 미리 정해두지 않았더라면 엄두도 낼 수 없는 일이었다. 경영권 승계 계획을 분명하게 마련해두라는 요구는 기관투자가들이나 적극적인 소액주주들로부터 갈수록 거세지고 있다. 언론재벌 뉴스 코프를 이끌고 있는 루퍼트 머독이나 비아콤 회장인 섬너 레드스톤은 늘 비난의 표적이 되고 있다. 장기 집권중인 이들의 나이가 73세와 80세로 많은데도 분명한 후계 구도를 밝히지 않아 투자자들이 불안해하고 있다. 지난달 초 소액주주들의 거센 반발로 회장 자리를 내놓아야 했던 월트 디즈니의 CEO인 마이클 아이스너도 경영권 승계 계획을 분명하게 세우지 않았다는 비판을 받았다. 코카콜라는 사정이 더 나쁘다. 존경받던 로베르토 고이후에타 회장이 1997년 폐암으로 사망한 후 더그 이베스터와 더그 대프트가 그 자리를 차례로 이었지만 주주들에게 안정감을 주지 못하고 있다. 그로 인해 주가는 5년전 수준에 머물고 있다. 한국기업은 미국기업보다는 가족 경영체제가 많다.부자나 형제로 이어지는 경영권 승계가 때로는 분명할 수도 있지만 의외로 준비가 부족하거나 전문경영인과의 갈등을 낳을 소지도 있다. 맥도날드 사례는 그런 CEO들에게 분명한 메시지를 전하고 있다. 자신에게 무슨 일이 생기더라도 기업은 영속성을 유지할 수 있도록 만반의 준비를 해두라고 말이다. 뉴욕=고광철 특파원 gw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