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노동당은 22일 상가건물임대차보호법의 개정을 추진하겠다고 발표했다. 17대 국회 개원을 앞두고 이슈선점을 통해 원내 제3당의 위상과 서민정당의 이미지를 확실히 다지겠다는 의도다. 천영세 부대표는 이날 "현행법의 적용대상 한정조항으로 인해 주요 도심과 상권의 상가세입자 절대 다수가 법의 보호로부터 배제되고 있고 건물주들의 임대료 과다인상,계약해지 권한 남용 등의 부작용이 속출하고 있다"며 "17대 국회 개원과 동시에 법개정을 추진할 것"이라고 말했다. 현행 법이 세입자보다는 건물주 보호법으로 변질된 만큼 법 제정 취지에 맞게 개정운동을 펼치겠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열린우리당과 한나라당은 서민중심의 법 개정에는 동의하면서도 신중한 태도를 보이고 있다. 상가건물임대차보호법은 상가 세입자 보호를 위해 지난 2002년 11월부터 시행됐다. 그러나 법이 제정되기 전에 임대차 계약을 맺은 세입자들은 '계약갱신청구권'조항 등을 적용받지 못해 건물주의 과다한 임대료 인상에 응할 수밖에 없는 입장이다. 민노당의 개정안은 비영리단체를 포함한 모든 상가건물 세입자로 법 적용대상을 확대하고 세입자가 부담한 점포수선비,개조비의 상환청구권의 보장 등의 내용을 담고 있다. 또 현재 12%인 임대료 인상률도 연 10% 범위 내에서 대통령령으로 정하도록 할 계획이다. 이에 대해 열린우리당은 일단 원론적 입장을 밝혔다. 정세균 정책위의장은 "국회를 통해 정식으로 입안되면 심의절차를 거치며 토론하겠다"고 말했다. 그러나 전반적으로는 부정적인 분위기가 강하다. 한나라당도 검토는 해보겠지만 졸속 입법은 오히려 예상하지 못한 부작용을 낳을 수 있기 때문에 신중한 접근이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이한구 정책위 부의장은 "어려운 사람을 위한 법안 마련에는 이의가 있을 수 없다"면서도 "지난 상가임대차보호법 마련 때처럼 오히려 임차인을 어렵게 만드는 부작용이 나타날 수 있기 때문에 개정에 앞서 신중한 검토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양준영·박해영·최명진 기자 tetriu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