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인이 거래소에서 코스닥시장으로 눈을 돌리고 있다. 주가가 급등한 거래소에서는 외국인이 순매수 규모를 눈에 띄게 줄이고 있으나, 코스닥에서는 연일 매수 강도를 높이고 있다. 외국인은 삼성전자LG전자 등에 정보기술(IT) 부품을 공급하는 업체를 '매수 타깃'으로 삼고 있다. 실적 등 펀더멘털 호전과 퇴출요건 강화에 따른 수급 여건 개선 등도 외국인 매수세를 끌어들이는 또 다른 요인이다. 증시 전문가들은 코스닥을 둘러싼 주변 여건이 그 어느 때보다 좋아 외국인의 '바이 코스닥' 열기가 당분간 식지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 실적 수급 외국인 3박자 우선 실적개선이 눈에 띈다. 대신증권이 분석한 주요 코스닥 종목(34개)의 올 1분기 영업이익은 작년 1분기보다 18.2% 늘어난 4천4백66억원. 2분기와 3분기 영업이익 추정치는 각각 5천57억원과 5천7백82억원으로 1분기보다도 훨씬 좋다. 지난해 경기 침체에도 불구, 적자기업 수(12월 결산법인 기준)가 전년(2백74개)보다 줄어든 2백56개였다는 점도 실적 호전 정도를 짐작케 하는 대목이다. 수급 여건도 크게 나아졌다. 지난해 등록기업 수는 70개로 전년(1백53개)의 절반에도 못미친 반면 퇴출기업 수는 25개에서 27개로 늘었다. 코스닥시장이 우량 기업 위주로 재편되고 있는 것이다. 이에 호응하듯 외국인은 지난달 24일부터 이달 22일까지 거래일 수로 20일째 순매수 행진을 계속했다. 연속 일수 기준으로는 역대 공동 4위에 해당하지만 연속 순매수 금액 면에선 2000년에 이어 사상 두 번째다. 지난 20일 동안 외국인이 순매수한 금액은 8천7백억원을 웃돈다. 특히 올들어 누적 순매수 금액은 1조6천5백억여원에 달해 작년 연간 순매수 금액(8천1백22억원)의 두배 이상이다. 올들어 외국인이 주로 사들인 종목은 NHN 레인콤 엠텍비젼 유일전자 웹젠 KH바텍 탑엔지니어링 주성엔지니어백산OPC 등 '잘 나가는 IT주' 일색이다. 이들 종목의 외국인 지분율은 30∼40%대에 달하고 있다. 초일류 기업의 입지를 구축한 삼성전자의 공이 컸다. 신동민 대우증권 연구원은 "삼성전자가 반도체 LCD(액정표시장치) 휴대폰 등 각 사업 부문에서 세계적인 경쟁력을 갖추면서 삼성전자에 부품을 대는 코스닥 기업이 외국인에게 관심을 끌었다"고 분석했다. ◆ 추가 상승 가능할까 코스닥시장을 짓눌러 왔던 IT 거품이 해소되고 기업실적이 좋아지면서 가격 메리트가 발생한 만큼 당분간 강세 기조가 이어질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함성식 대신증권 책임연구원은 "삼성전자와 LC필립스LCD 등이 공격적으로 설비투자 확대에 나서고 있어 휴대폰 반도체 LCD 부품업체가 주목받는 것은 자연스러운 현상"이라고 지적했다. 함 연구원은 "기술적 지표 분석상 6개월 안에 689포인트까지 오를 것"이라고 전망했다. 물론 '반짝 강세'에 그칠 것이라는 지적도 있다. 현정환 SK증권 연구원은 "수급상 일시적 쏠림 현상 때문에 나타난 급등세"라면서 "실적발표 시즌이 마무리되는 이달 말부터는 과열 분위기가 식을 것"이라고 진단했다. 이건호 기자 leek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