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송까지 일으켜 정당한 권리를 주장하는 것은 국제적으로 당연한 일이다.일본기업은 더해도 된다.앞으로 어떤 나라의 어떤 메이커에 대해서도 (특허에 대해) 주장할 것은 주장할 것이다." 삼성SDI와 'PDP 특허전쟁'을 일으킨 후지쓰의 가토 마사노부 지식재산권본부장은 지난 19일자 니혼게이자이 비즈니스와의 인터뷰에서 단호한 임전태세를 밝혔다. 독점이나 다름없던 시장을 한국 업체들에 빼앗겼으니 특허분쟁을 일으켜서라도 잃은 영토를 회복하겠다는 절규이기도 하다. 일본 업체들은 이번 사태를 계기로 PDP는 물론 한국이 시장 우위에 올라선 LCD 유기EL(OLED) 등 첨단 전자산업 분야에서 잇단 특허분쟁을 일으킬 조짐이다. 물론 한국 기업들의 대응도 과거와는 사뭇 다르다. 후지쓰의 '선전포고'에 삼성SDI가 정면대응을 선언하고 나선 데는 세계 시장의 맹주로 올라서기 위해서는 일본 기업의 기세에 결코 밀릴 수 없다는 의지가 담겨 있다. ◆최전방 '화약고' PDP 이번 전쟁의 불씨를 만들어낸 PDP부문은 삼성SDI와 후지쓰에 이어 다른 업체들까지 가세할 경우 최전방 화약고가 돼 폭발할 가능성이 다분하다. 후지쓰 마쓰시타 NEC 파이어니어 등 일본 PDP 업체들은 이미 지난해 초부터 격벽구현 및 형광물질 조절방식,HD급 화질구현 방법 등 자사 고유의 특허기술에 대해 삼성SDI와 LG전자를 상대로 거액의 로열티를 요구해왔다. 지금도 양국 업체간 물밑 특허협상은 계속 진행되고 있어 이번 전쟁의 영향으로 추가 특허소송이 제기될 가능성도 커지고 있다는 게 업계 전문가들의 진단이다. 업계 관계자는 "일본의 한 업체는 전세계 PDP모듈 업계에서 일반화된 특허기술에 대해 최근 매출액의 10% 이상을 로열티로 요구하기까지 했다"고 전했다. 일본의 위협에 맞서 국내 업체들은 자체 특허기술 수를 빠른 속도로 늘리고 있다. 실제로 지난해 한국 특허청에 출원된 PDP 관련 특허(총 1천3백29건) 가운데 한국 기업의 비중은 87.7%(1천1백66건)에 달해 절대 다수를 차지했다. 반면 일본 기업은 8.4%에 그쳤다. 이광식 삼성SDI PDP개발팀장(상무)은 "삼성SDI는 20여년 전부터 PDP 관련 기술을 개발해왔고 PDP 사업에서 단기간에 성장한 저력을 바탕으로 자체 기술을 가지고 특허전쟁에 대응할 완벽한 준비를 갖췄다"고 강조했다. ◆확전 후보 1순위 LCD PDP에 이어 일본이 특허를 앞세워 한국 기업 견제에 나설 것으로 보이는 부문이 LCD다. 최근 삼성전자가 노트북 컴퓨터용과 모니터용 LCD에 이어 일본의 마지막 보루인 중소형 LCD 분야에서도 1위 등극을 선언하자 일본은 크게 당황하고 있다. 언제든지 견제조치를 발동할 가능성이 크다는 얘기다. 국내 업체들은 이에 대비해 특허 전담팀을 가동,외부에서 필요한 특허를 즉시 확보하는 한편 자체 개발한 기술에 대한 특허를 미국 등에 매년 수 백건씩 출원하고 있다. 조용덕 삼성전자 LCD사업부 상무는 "LCD사업 초기에 전사 차원 또는 반도체 부문에 속해있던 지식재산팀을 4년 전부터 따로 떼어내 LCD사업부에 편입시켜 특허분쟁 등에 대비한 적극적인 대응책을 마련하고 있다"고 말했다. ◆지뢰밭을 걷는 부품업체들 삼성 LG 등 대기업들은 그나마 대응전략을 갖추고 있어 낫다. 문제는 부품업체. 일본은 자신들의 전통적 비교우위 분야인 부품·소재산업에 이미 수많은 '특허 지뢰'를 깔아놓고 있다. 일본이 이 부문에서 전방위 특허공세에 나설 경우 이번 전쟁은 장기전으로 이어질 공산이 크다. 전자부품업계 관계자는 "부품을 개발하기 전에 일본 특허에 대한 조사작업은 필수 코스"라며 "국내 부품업체들은 혹시나 불거질지도 모르는 특허문제를 우려해 제품을 개발하고 외부에 공표하지 않는 경우도 적지 않다"고 말했다. 장경영 기자 longru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