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기업전문지 〈비즈니스 2.0〉의 창립 편집자로서 기술 및 기업 윤리에 관한 전문가로 활동하고 있는 데이비드 뱃스톤은 〈영혼이 있는 기업〉이라는 책에서 "100년 이상 장수하며 존경받는 기업들에는 이익을 내는 기술이나 브랜드 이외에 지속적인 성장을 가능케 하는 윤리적인 기반이 있다"고 강조한다. 특히 "기업들이 단기적 이익만을 추구하며 주변의 이해관계자들로부터 신뢰를 얻지 못한다면 지속적인 성장은 기대할 수 없으며, 최근 기업들이 신뢰를 잃어가고 있는 주요한 이유는 겉으로 보기에 재정적인 문제에서 발생한 것 같지만 그 속을 들여다보면 기업 윤리에 대한 부재에서 비롯된 것"이라는게 그의 설명이다. 이처럼 글로벌 기업 경쟁력의 한축으로 윤리경영이 부각되고 있는 가운데 국내 기업의 윤리경영 수준이 여전히 초보적인 단계에 머물러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대한상공회의소가 최근 발표한 '글로벌기업의 윤리경영현황과 경영성과' 보고서에 따르면 국내기업의 윤리경영 수준은 49개국중 39위로 평가돼 아직 선진글로벌기업 수준에 크게 못미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따라 이 보고서는 우리기업의 국제경쟁력 강화를 위한 윤리경영 시스템의 도입과 확산이 시급하다고 주장했다. 글로벌 기업들 가운데 윤리경영의 부재로 실패한 대표적인 예가 바로 엔론사다. 이 회사는 〈포춘〉지가 선정하는 '미국에서 가장 존경받는 기업'의 에너지 부문에서 1999년, 2000년 연속으로 1위를 차지한 기업이었지만 회계부정 사건 이후 이 부문에서 가장 최하위로 추락하며 '가장 존경받지 못하는 기업'으로 전락했다. 또한 전통과 역사를 자랑하던 일본의 식품회사 유키지루시(雪印)는 사용이 금지된 원료를 사용하다 적발되어 사회적 지탄의 대상이 되었다가 결국 2001년에 도산하고 말았다. 이런 사태를 반면교사 삼아 윤리경영의 필요성을 절감한 미국이나 OECD 등 국제기구들이 윤리규정을 모든 국제상거래에 확대 적용할 조짐을 보이고 있어 국내 기업들도 국제기준의 윤리경영 표준마련을 위한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는게 대한상의의 주장이다. 대한상의가 조사한 윤리경영 실천을 위한 전담조직 설치현황을 보면 국내기업의 경우 삼성, LG 등 업종별 상위 11개사중 4개사(36.3%)만이 전담조직을 설치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나 이 부분에 대한 인식이 저조한 것으로 조사됐다. 또한 국내기업의 윤리경영 관련 국가경쟁력 순위(IMD '01년)가 조사대상 49개국중 39위에 머물러 있는 것은 세계 10위권의 국가경제규모에 걸맞지 않은 수준이라고 보고서는 밝혔다. 이처럼 국내 윤리경영 수준이 낮은 상황에서 국민들의 기업호감도에서도 부정적인 인식이 심각한 수준이다. 지난해말 대한상의와 현대경제연구원이 공동으로 실시한 기업호감도 조사에서 국민들의 기업에 대한 호감도는 100점 만점에 38.2점으로 보통에도 훨씬 못미친 것으로 조사됐다. 이같은 현실은 데이비드 뱃스톤이 "사원과 소비자 모두의 눈에 윤리경영을 실시하는 기업으로 비춰지는지 여부에 따라 성공한 기업인지 아닌지에 대한 판단이 달라진다"는 지적대로 우리 기업들이 윤리경영에 발벗고 나서야 할 중요한 요소로 부각되고 있다. 또한 기업윤리 시스템 도입이 이루어지고 있는 기업들의 윤리경영이 기업이미지 개선효과로 이어져 실질적인 매출증가를 가져다 줄 것으로 기대되고 있어, 이제 우리 기업들도 세계적 추세에 맞춰 윤리경영에 더욱 힘써야 된다는게 전문가들의 공통된 의견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