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 국가ㆍ민간 R&D 분업체계를 .. 孫宰翼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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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는 세계에서 보기 드물게 빠른 경제성장을 이룩했으며,과학기술의 발전도 단기간에 선진국 수준을 향해 나아가고 있다.
최근에는 나노기술과 생명공학을 중심으로 새로운 기술들이 속속 개발돼 관련 신제품 시장 규모가 갈수록 확대 추세에 있다.
그러나 이와 함께 과학기술이 해결해야 할 여러 가지 문제들도 대두되고 있다.
첫째는 각종 오염가스 배출로 인한 복잡한 환경문제의 발생이고,둘째는 동남아시아를 휩쓸고 있는 조류독감이나 많은 사람을 희생시킨 중증 급성호흡기증후군(SARS) 같은 보건 및 건강과 관련한 문제들이다.
셋째는 최근의 이라크 사태를 계기로 더욱 심각하게 대두되고 있는 에너지 안보 문제다.
이 같은 많은 문제들을 해결하는 데 과학기술의 중요성이 갈수록 강조되면서 세계 각국은 과학기술 개발에 최대한의 연구비를 투자하고 있다.
우리나라도 정부 예산의 5% 이상을 과학기술 분야 연구개발에 투자하고 있고,민간 부문까지 합치면 2002년 기준 국가 총 연구개발비는 17조3천억원으로 국내총생산(GDP)의 2.91%에 이른다. 이는 세계 6위에 해당하는 수준이다.
지금까지 우리나라의 과학기술 정책은 기술개발을 통한 경제성장에 그 초점을 맞추어 왔다.
따라서 국가 연구개발비는 산업 관련 기술개발에 집중적으로 투자돼 산업발전의 원동력이 됐다.
반면 국민의 삶과 직결되는 건강과 환경기술,그리고 국가 안보와 직결되는 에너지 및 식량 확보를 위한 연구개발에는 상대적으로 투자가 빈약했다.
우리나라는 1997년 '과학기술혁신 5개년 계획'을 수립해 경제발전 기여,국민 삶의 질 향상,국가위상 및 안보 역량 강화를 과학기술이 담당해야 할 역할로 제시했다.
이어 2001년에 제정된 '과학기술 기본계획'에서는 과학기술의 주요 과제로 신기술 개발을 통한 국부 창출,삶의 질 향상 및 국가 안전보장 기여,과학기술과 사회의 연계 강화를 제시했다.
지금까지 수립된 우리나라의 각종 과학기술 정책에는 선진국들과 유사하게 경제성장,국민 삶의 질 향상,국가 안보 등 3가지 중점 사항이 잘 반영돼 있다.
그러나 정작 국가 과학기술 정책을 실행에 옮기는 데에서는 산업기술 개발을 통한 경제성장 부분을 가장 강조하고 있다.
이는 물론 개도국에서 선진국으로 가는 과정에서 경제성장을 이룩하기 위한 최선의 선택이었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멀지않아 국민소득 2만달러 시대가 도래하면 소득 증대 및 평균수명 연장으로 편안한 삶에 대한 욕구는 더욱 증대할 것이다.
이와 함께 국방,에너지,식량과 같은 국가 안보역량 강화의 필요성도 훨씬 커질 것이다.
따라서 과학기술 정책도 이 같은 사회적 환경 변화를 감안해 지금의 산업기술 개발 중심에서 삶의 질 향상 및 국가 안보를 중요하게 여기는 방향으로 변화돼야 한다.
과학기술 정책의 바람직한 방향으로 '경제적 가치'와 '사회적 가치'를 균형있게 추구하라는 시민단체의 목소리가 점점 커지고 있다.
국가 과학기술 예산은 국민의 세금이기 때문에 공익을 위한 공공 연구개발에 우선적으로 투자돼야 한다는 것이 그들의 주장이다.
결국 지금까지와 같이 국가 연구개발비를 경제발전을 위한 기술개발에만 계속 투자하기는 여러 가지로 어려운 여건이 될 것이다.
따라서 바람직한 국가 과학기술 정책 방향으로 신제품 개발을 위한 산업기술 개발의 중요성은 유지하되 많은 부분을 과감하게 민간기업에 이관하고 대신 정부는 국민 삶의 질 향상이나 국가 안보 등과 같은 공공 연구개발에 집중하는 방안을 제시하고 싶다.
정부는 원천기술 개발을 위한 기초연구나 시장 실패 위험성으로 인해 민간기업이 수행하기 어려운 공공기술 분야의 연구에 한정해 투자를 하는 것이다.
이같이 과학기술 정책이 정립된다면 경제성장,삶의 질 향상,국가안보 역량 강화라는 균형 잡힌 목적을 달성할 수 있을 것이고 정부 출연연구기관도 공공성 연구에 집중하는 방향으로 기능 재정립이 가능하게 될 것이다.